올해 방송가의 핫 키워드는 계급 서바이벌이다. ‘스테이지 파이터’와 ‘금수저 전쟁’이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로 불붙은 계급 서바이벌의 화제를 이어가며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9월 공개돼 하반기를 들썩인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은 유명 요리사 타이틀을 지켜야 하는 스타 셰프들 ‘백수저’와 그들을 넘어서야 하는 ‘흑수저’ 셰프들의 요리 서바이벌이다. 개인전, 팀전, 무한지옥 등 파격적인 미션을 통해 계급을 지키려는 자들과 계급이동 하려는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쫄깃함을 안겼다. 우승을 차지한 ‘흑수저’ 나폴리 마피아는 서바이벌 끝 살아남으면서 현실에서 명실상부 ‘백수저’로 계급 상승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밈, 어록 등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엠넷 댄스 서바이벌 ‘스테이지 파이터’ 도 계급전을 표방한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3장르의 무용수들이 출연해 춤대결을 펼치며 실력에 따라 퍼스트, 세컨트, 언더 계급으로 나뉘어 각 미션 수행 능력에 따라 계급이동식을 한다. 미션에 따라 퍼스트에 있던 메인 조역이 군무진으로 이동하는 일도 발생하고, 군무 계급으로 떨어진 이 들은 주·조연이 빛나 보이도록 충실히 뒤를 받히는 역할을 한다. 이에 무용수들은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온몸으로 쏟아낸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일 새로 시작한 LG유플러스 STUDIO X+U 머니게임 서바이벌 ‘제로 베이스 게임 -금수저 전쟁’은 진짜 금수저들을 등장시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를 물려받은 재벌 2-3세,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 중인 CEO, 천재적인 두뇌를 물려받은 엘리트 등 대한민국 자산 상위 0.1%의 다양한 ‘금수저’들이 0원부터 시작해 자신만의 힘으로 자산을 불린다. 금수저 전쟁의 출연진들은 부모 또는 자신이 쌓아온 사회적 지위와 부를 지켜내야 하기에 ‘흑백요리사’의 ‘백수저’들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낙하산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이들에게도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흑수저’의 입장도 대변한다.
유행하는 예능 속 계급 전쟁은 무한 경쟁으로 수식되는 대한민국 사회를 고스란히 비춘다. 하나의 미션을 죽도록 수행하고 나면 더 큰 미션을 받아 들고, 배신과 연합이 난무하는 팀전도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멘탈이 약한 이들은 떨어져 나가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이들은 살아남는다. 대중은 계급전쟁의 삶을 살아야 하는 현 시대상을 원망하면서도, 어떻게든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참가자들에 동화되고 만다.
다만 ‘금수저 전쟁’ ‘스테이지 파이터’ ‘흑백요리사’는 모두 계급을 소재로 하면서도 계급장을 떼고 오로지 실력으로 맞붙는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흑백요리사’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셰프 최현석, 조리 명장 안유성 등이 무명 요리사와 요리 대결을 펼쳐 ‘안대심사’를 통해 오직 맛으로만 평가받는다. ‘금수저’에서는 참가자들이 부모의 후광 없이 대한민국 경쟁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한 방송 관계자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가 민감하게 여겨지던 시대를 지나 이젠 계급이란 단어를 대놓고 사용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무뎌진 상태” 라면서 “그럼에도 ‘흑백요리사’ ‘스테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선한 사람들이 선의의 경쟁 속 계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