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 등 함선·함정 건조 사업 실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 사진=뉴시스
북한이 '원자력(핵) 추진 잠수함'(SSN)을 개발하고 있다고 처음 주장하면서 현재 기술 수준과 개발 완료 시점 등에 관심이 쏠린다. SSN은 핵연료를 추진 동력으로 쓰는 잠수함으로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등에 따라 개발이 가로막혀 있는 전략자산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자체 기술력으론 개발에 2~3년 이상 걸리겠지만 러시아와 협력한다면 개발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북한이 첫 공개한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을 의미한다"며 "핵 추진 잠수함을 일부 공개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까지 결합돼 있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해군의 핵무장화, 해상으로의 핵무기 플랫폼 확장 본격화,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군사 조약을 체결하는 등의 시기를 감안하면 (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러북 협력을 저변에 깔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 함선·함정 건조 사업 실태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 사진= 뉴시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 제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셨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진행하신 중요 조선소들에 대한 현지 지도는 주체적 해군 무력 강화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의의 깊은 사변"이라고 보도했다.
8차 노동당 대회는 2021년 1월 북한이 국방력 발전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한 시점이다. 당시 5대 과업 중 하나로 '핵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꼽은 바 있다.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이란 핵 추진 잠수함이면서 수중에서 전략유도탄까지 쏠 수 있는 무기체계로 추정된다. 전략핵잠수함(SSBN)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동서 량면(양면)이 바다로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해양주권은 국권의 핵심"이라면서 "해군 무력의 정예화, 핵무장화는 현시기 우리 당의 주권 사수 의지가 집약된 국방발전 전략의 중요 내용을 이룬다"고 했다.
이어 "국가와 인민의 사활이 판가리(판가름)되는 중요전선이며 적수국가들의 침략의 기본통로인 바다를 어떻게 수호하는가에 우리 사회주의 조선(북한)의 백년대계가 달려있다"며 "비할 바 없이 위혁적인 함선들이 적대 세력들의 악습화된 '포함 외교'를 제압하는 핵강국의 강위력한 억제력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말라야 로크냐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전투를 치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북한이 처음으로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북한의 해군력 비대칭 상황 등에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까지 북한에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없어 핵 추진 잠수함 개발에 최소 2~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원자로 기술을 이미 보유한 러시아와 북한이 협력한다면 개발 기간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점령해오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땅 3분의 2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최정예 요원 약 1만2000명을 파병했다. 약 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잠시 철수했지만 지난달부터 전선에 재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자국 최정예 부대원을 러-우 전쟁에 투입해 전세를 뒤집으면서 앞으로 그 대가로 기술 이전 등의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핵 추진 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주발사체 등의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제8차 당대회 이후 상대적으로 빈약한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잠수함에서 SLBM 발사 시험을 통한 잠수함 기반 미사일 개량에 주력해 왔고 동시에 핵추진 동력 기반 잠수함 개발을 추진해 왔다"며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기술 지원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와 핵 잠수함 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한다면 북한의 해상 도발 가능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도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위해 외교부가 미 국무부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등에 절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해 6월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