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023년 9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한 후 1년 6개월 만에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는 핵잠수함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해 건조 진척 정도와 실제 전술적 운용(구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면서 “당 제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내용과 함께 지상에 거치된 잠수함 동체 옆으로 김 위원장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 잠수함은 김군옥영웅함 대비 외형이 더 커 보인다. 김군옥영웅함은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배수량 1800t급 로미오급을 이어 붙여 약 3000t급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잠수함을 변형하고 수직발사관을 덧붙여 만든 것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수량 등을 감안하면 길이는 100m, 배수량은 5000t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60년 처음 등장한 옛소련 최초의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인 호텔급과 유사한 수준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하며 그중 하나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꼽은 바 있다.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이라는 표현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뜻한다. 또 전략유도탄이라고 표현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호칭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능력을 갖춘 핵 추진 잠수함, 즉 전략핵잠수함(SSBN)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2023년 9월 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하면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칭한 바 있다. 김군옥영웅함에는 핵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핵’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 당시 보도에선 추진 동력은 원자력이 아니었다.

당시 김정은도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고 말해 김군옥영웅함이 진정한 의미의 핵잠수함은 아님을 자인하면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별도로 언급했다.
이후 2024년 1월 신형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로 명명한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 때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료해했다”는 보도가 나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은 지상에 거치된 잠수함 동체 옆으로 김정은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도하며 건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실전에 투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진수에만 3년 여가 소요되며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삼도록 건조하는 데도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사진 공개되는 대외적 과시일 뿐 아직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운용할 기술적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군의 판단이다.
건조 측면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김군옥영웅함보다 기술적 난도가 더 높다.
무엇보다 핵잠수함 건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초고강도 압력선체와 수중 3차원 기동에도 문제 없는 소형 원자로 제작 및 설치 기술력이다. 수압을 견디는 것은 잠수함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 성능이다. 게다가 3차원 기동 과정에서도 원자로가 이상 없이 가동되어야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북한이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는 군사전문가들 대부분의 의문을 품고 있다.
만약 이번에 공개한 정도로 건조가 진행됐다면 초고강도 압력선체와 소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개된 사진으로 보면 1960년 처음 등장한 옛소련 최초의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인 ‘호텔급’과 유사한 수준이다.
호텔급은 작전 도중 원자로 이상으로 위기를 겪은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K-19’로 유명하다. 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다. 냉전 초창기 기술 수준을 적용한다면 북한도 건조에 성공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소음 저감 등의 기술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야심 차게 내놨던 김군옥영웅함이 정상 운용이 어려운 수준이라면 그보다 더 큰 함형의 잠수함은 실제 물에 떠서 군사적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군옥영웅함보다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원자력 추진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진수하기까지 앞으로 2∼3년 걸리고 원자력 추진 운용에 또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과 밀착한 러시아가 북한에 원자로 기술을 제공한다면 이 기간은 단축될 수 있는 만큼 군은 양측의 기술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4000∼5000t급으로 추정되는 구축함 또는 호위함 건조 장면도 함께 공개했다.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지난해 말 김정은이 신형 함정 건조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할 때도 호위함을 건조 중인 모습을 노출한 적이 있었다. 이날 보도 사진에 나타난 함정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비어 있던 함교의 레이더 장착 부분이 채워져 있는 등 건조에 진척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병 대가로 중대한 군사기술을 지원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쏟아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이 2023년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은 한반도 일대에서 운용하고자 만든 것으로 재래식 추진체계로 대형 발사관 4개, 소형발사관 6개를 갖춰 SLBM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수중에서 시험발사를 한 적은 지금까지는 없다. 대외적 과시용으로 전력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지만 만약 핵잠수함을 건조 중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북한 장거리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은 탐지가 어려운데다 장착된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더불어 미 본토를 겨냥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