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경제학자 “트럼프 정책은 아베노믹스 닮은꼴”

2025-08-12

日학자 “산업구조 전환 인정 안해

제조업 복원은 자멸적 행위” 혹평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사진)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미국의 강점을 스스로 버리는 자멸적 행위”라고 혹평했다.

노구치 교수는 12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관세를 통한 미 제조업 부활이라는 시도는 산업구조 전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닮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2000년쯤부터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는 자국에서 하고 부품 생산 및 조립은 해외에 맡기는 ‘팹리스 제조업’으로 다시 풍요로워졌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자동차 등 일본 기업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옛 제조업 분야의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노구치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것은 생산성이 낮고 정체돼 있던 1980년대 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플과 엔비디아를 팹리스 제조업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가령 애플의 경우 아이폰 부가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설계는 미국에서, 반도체 칩 제조나 아이폰 조립은 대만과 중국에서 한 뒤 완제품을 다시 미국 등으로 수출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이라는 이유로 고관세를 매기려 하며, 이는 “합리성이 결여된 데다 미국 기업인 애플에 부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노구치 교수는 진단했다.

애플 등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노구치 교수는 “애플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원천이 바로 강고한 국제분업체계”라며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조하면 임금을 비롯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 상품 가격이 오른다. 미국 내에서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며 20세기 말 중국의 공업화에 밀려 일본 제조업이 곤경에 빠졌을 때 산업구조를 전환했어야 하는데 일본은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아베 전 총리 시절 대규모 금융완화 등을 중심으로 추진한 아베노믹스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이런 정책이 큰 원인”이라며 “산업구조를 전환하지 못해 일본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선진 분야에서 뒤처졌고 이제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스트 벨트(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의 불만을 받아들여 과거로 돌아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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