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전례 없는 변혁의 파고에 직면했다. 그린 전환,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 속 인공지능(AI) 전환이 더해지며 새로운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요구된다. 자동차 산업 대전환 과정에서 자국 이익 우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수출을 통해 성장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 경로를 고려할때 상당 수준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자동차 산업 대미 관세가 15%로 결정되는 등 우리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변화와 혼동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혁신이 요구된다.
우선 미국 시장의 고관세 대응을 위해 동남아·남미·유럽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판매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 공급망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부품과 소재의 국내 생산 비중을 높여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또 자동차 산업 기술 변화 대응을 위해 배터리,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차 핵심 기술에서 경쟁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자동차산업 대전환을 개별 기업이 대응하는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 특히 그린 전환, 디지털 전환, AI 전환 등 미래차 기술의 변화에는 천문학적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비용이 소요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은 자체적으로 이러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보호주의, 반(反) 세계화 등 국제정세 흐름 속에서 핵심기술과 기술 리더십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주요 자동차 생산국은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인식 아래 2024년 7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미래차 부품 산업의 기반 확충과 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담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은 우리 정부가 지속 추진하던 미래차 산업 전환 지원, 규제 개선 외에 우리 자동차 산업의 취약점인 소프트웨어(SW)와 부품의 융합과 서비스화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SW 전문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의미가 있다. 또 미래차 부품분야 혁신과 기술 잠재력을 지닌 부품업체를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방안은 타업종간 융복합을 도모하고 안정적 미래차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국 보호무역 강화와 자국 우선주의로 새로운 글로벌 경쟁 방식이 확립되고 기술 대전환으로 자동차산업 경계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이 좌초하지 않고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
주요국 정부가 미래차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정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과감한 지원과 실행을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 생태계 발전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산업전환전략연구단 선임연구위원 kykim@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