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표 지일파,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 부장관 별세

2025-04-15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79세. 고인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 '아미티지 인터내셔널은'은 그가 패혈전증으로 사망했다고 14일 밝혔다.

고인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아시아와 연을 맺었다. 미국에 돌아온 이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H.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부 부장관을 맡았다. 한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태국, 바레인,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중앙일보-CSIS포럼에 수차례 참석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국무부 부장관 재임 중이던 2001년 9·11테러 사건이 일어나 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 대응했다. 이슬람 무장세력을 물밑 지원했던 파키스탄으로 가 최후통첩을 내린 일이 대표적이다.

고인은 당시 한국의 김대중 정부와 공조하며 대북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에도 관여했다. 그는 당시 김대중(DJ) 정부가 표방하는 '햇볕 정책'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다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과 같이 비교적 온건한 입장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고인은 외교관보다는 선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며 "국무부 2인자로서 직설적인 대화가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사의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2000년부터 조셉 나이 하버드대와 교수와 함께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6차례 발간했다. 보고서에선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 안보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4년 4월 발간한 6차 보고서에선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며 일본 자위대 합동작전을 지휘할 새로운 합동작전사령부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또 '일본·호주 안보협력 공동 선언을 모델로 한 한일 공동 안보 선언을 채택하고, 한국·호주를 포함해 주요 7개국(G7)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는 같은 해 미·일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르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보고서를 후원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보고서들은 필수적인 안보 파트너십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고 이는 정책 지도자들을 하나로 모으고 새로운 시대를 형성했다"며 "그는 아시아 안보 정책 분야의 거장이었다"고 밝혔다.

고인이 생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일본에서도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고인은 지일파 중진으로 미·일 관계 증진에 주력했다"며 "퇴임 후에도 자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정부와 국회의원들과 계속 교류했다"고 전했다.

퇴임 후에는 컨설팅 회사를 세우고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원이었지만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할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해왔다. 지난 2020년 의회 난입 사건이 일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국내 테러리스트"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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