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올 때, 아침에 일어날 때 빠르게 침대 벗어나야
양질의 수면 위해 침실 환경 개선…커튼 안대 등 활용
14일 ‘세계 수면의 날’…한국인 평균 6시간58분 수면
OECD 평균치比 18% 적어…연간 11조원 손실 발생
35세 직장인 김모씨는 대인관계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최근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늦은 퇴근으로 야식을 먹거나 불규칙한 수면 패턴까지 더해지며 수면 부족 상태가 이어진 지 수개월째다.
김씨는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겨우 잠에 들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게 오래됐다”며 “심할 땐 받아놓은 수면제를 먹곤 하지만 약 없이도 푹 잠에 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14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에도 못 미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8시간 27분)보다 18% 부족했다.
매일 숙면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해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낮았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심리적 스트레스’(62.5%)가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의 순이었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124만명으로 2019년 99만명에서 24%가량 증가했다. 수면장애로 인한 총 진료비도 2019년 2075억원에서 2023년 3227억원으로 55% 늘었다.
수면 부족은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에 걸릴 확률이 3배 증가하고 비만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심장동맥질환 위험이 48%, 뇌졸중 위험은 15% 올라간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주의력 저하나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불안 장애와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이 쌓여 치매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부채는 사회경제적으로 손실을 끼친다. 수면 부족으로 임직원들의 생산성이 50% 이상 감소하면 의료비 지출과 병가가 늘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수면 부족으로 연간 4110억달러(약 59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도 연간 11조원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면 장애 치료제 중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약이 많아 치료 기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면 부족의 심각성에 비해 수면무호흡증과 기면증을 제외하면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처방되거나 치료제 자체가 부족해 환자들이 다양한 문제를 겪는다”며 “수면 문제를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건소나 학교에서 수면 건강 교육을 늘리거나 각 기업에서 수면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수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위해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침실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하며 필요할 경우 커튼이나 안대, 귀마개를 활용하는 등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도 좋다.
잠이 안 올 땐 억지로 잠에 들려고 하는 것보단 침대를 벗어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이승훈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잠자리에 들었지만 15~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서 나와 활동하다가 졸릴 때 다시 눕거나 아침에 깬 후에도 침대에 오래 머물지 말고 즉시 활동을 시작하면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수면과 강하게 연결돼 수면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면 부족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불면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교수는 “한두 시간만 잠이 안 와도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환자들도 있다”며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해 수면에 대한 강박이 생기면 오히려 불면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잠을 잘 자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고 유연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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