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줄이기 위해 공사 발주자에 안전 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을 연내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 발주 건설공사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발생 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평가에서 감점하자고도 제안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건설산업연맹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요구 사항을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137명) 중 건설업 비율은 51.8%(71명)로 절반을 넘는다.
노조는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직결돼 있다고 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에서 재하도급을 금지한다. 발주자 → 원도급 → 하도급이 원칙이지만 현장에선 재하도급과 불법 고용이 만연하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선 재하도급사로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삭감돼 노동자가 적게 투입되고 공사 기간도 단축될 수밖에 없다.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학동 철거 현장은 당초 책정된 해체공사비가 3.3㎡당 28만원이었으나 하도급과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며 3.3㎡당 4만원에 시공됐다”며 “무려 84%의 공사비가 삭감됐다”고 했다.
노조는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 등 산재 발생 기업 제재 및 처벌 강화를 강조한 데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으로 건설업 재해를 줄이려면 발주자에게 안전 관리 책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건설공사 발주자의 산재 예방 조치가 규정돼 있지만 하위법령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며 지난 6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을 연내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법안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 사고 발생 시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발주자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해 설계·시공·감리자가 안전을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적정한 기간과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노조는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무등록 알선업자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한 건설업체를 처벌하도록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하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불법 하도급이 있으면 해당 부처와 공공기관을 기관 평가에서 감점할 것을 요구했다. 또 공사비를 제외한 임금, 장비 임대료, 자재비를 별도의 계좌로 분리해 건설업체가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임금 직접 지급 시스템’을 민간 공사에까지 확대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