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너무 높아서” 점주 80% ‘배달앱 탈퇴’ 고민···하지만 “대안이 없다”

2024-10-22

김밥집을 운영하는 방모씨(52)는 지난 7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수수료율을 6.8%에서 9.8% 올리자 앱 탈퇴를 고민했다. 2만원 이하 메뉴는 팔수록 손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달앱을 탈퇴하면 가게 운영이 불가능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탈퇴하고 싶지만 매출이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이라 어려웠다”면서 “지금은 공공배달앱 등 새로운 매출 루트를 개척해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당수의 외식점주들이 배달앱 탈퇴를 고민하지만 매출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사실상 플랫폼에 종속되버린 것이다. 이미 배달앱 시장이 포화 상태라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전국 외식점주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88명(80.0%)이 높은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 탈퇴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탈퇴를 고민한 이들 네 명 중 세 명(73.9%)은 실제로 배달앱을 탈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탈퇴하지 못한 이유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업체가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어서’ ‘앱 없이는 배달할 수 없어서’ 등 대안이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배달앱에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다. 배달앱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40%라는 응답(41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0~20%(28명), 60~80%(14명) 순이었다.

이들이 광고비를 포함해 배달앱에 지출하는 비용은 배달수수료율 수준보다 높았다. 배달의민족 등 주요 배달 3사의 수수료율은 9.7~9.8%다. 그런데 광고비를 합한 배달앱 지출 비중은 ‘매출액의 25% 이상’이라는 응답(37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15~20%(35명), 10~15%(16명) 가 뒤를 이었다.

한 점주는 “수수료보다 광고와 할인 유도로 비용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할인하지 않으면 노출이 제한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다른 점주도 “타 배달앱과 가격 경쟁을 부추겨 마진이 없을 정도로 수익을 가져간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은 연 최대 30만원 배달·택배비 지원 정책에 대해선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과반(56.4%)이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20.9%에 불과했다. 반면 공공배달앱 활성화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것’(44.5%)이라는 응답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24.6%)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부산지역 자영업자 김모씨(42)는 “한 달에 2만원 지원해주는 꼴인데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공공배달앱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서는 3명 중 2명(67.3%)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14.5%)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매출액별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우대수수료’ 제도와 관련해 점주들이 생각하는 적정 수수료율 평균값은 3.93%로 집계됐다. 공공배달앱 수수료(2%)를 하한선으로 보면 상한선은 6%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앱 시장이 포화 상태라 배달앱들이 광고비 등 출혈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배달수수료 상한제 등 정책 개입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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