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분위기 속 고심 깊은 공정위…향후 과제도 산적 [길 잃은 방향타]

2024-12-18

입력 2024.12.18 19:11 수정 2024.12.18 19:14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공정위, 탄핵정국 무관 입장…영향 제한적

미진한 결론은 내년으로, 주요 사건도 많아

헌정사상 세 번째 탄핵안 가결을 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치적 불안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저마다 향후 전개 방향을 점치며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공정위는 ‘경제 검찰’로써 주요 민생담합 중 악성 담합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음에도 번번이 난관을 겪는 모양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경쟁당국의 정책 추진이 상당 기간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데일리안 취재 결과 공정위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등 핵심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탄핵정국과 무관하게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시장질서 확립을 주된 영역으로 하는 공정위 업무 성격상 현 상황이 공정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났다가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후폭풍으로 현지 도착 즉시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고 “기존 업무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당부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의식주 분야와 담보대출 등 금융·통신 분야 등 담합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 관심이 높았던 주요 담합 사건이 법원의 1심 기능을 하는 전원회의에 오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말 예상됐던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결과 발표 시기가 미뤄진 것이 사례 중 하나다.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후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적용 사례인 만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나 재심사 결정에 따른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심사는 현재까지 조사 내용이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조사를 보완한 뒤 다시 판단하겠다는 보류 결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적인 조사 진행과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 발송과 또 한 번의 전원회의 등 사건 심의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결론은 물론 하반기에도 장담할 수 없다.

이동통신 3사 ‘판매장려금(통신사가 판매·대리점에 주는 보조금)’ 담합 사건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판매장려금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심의 일정을 내년 초 열고 심사할 예정이지만 양측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많게는 5조원대 과징금이 산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정위가 앞서 판단했던 혐의가 주목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통신사가 2015~2022년까지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 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해 경쟁을 피했다고 본다. 이에 지난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다만 통신 3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판매장려금 30만원으로 제한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2014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도입 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맞추라는 행정지도를 해왔다.

지난 8월 한 위원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와 무관하게 담합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절차에 따라 심의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고채 금리 담합 조사와 주류 도매협회 담합 혐의 소회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내년 업무 보고 일정과 정책 추진도 상당 기간 힘을 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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