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대 김영삼 대통령 취임
소망과 기대가 충만한 아침이 밝았다.
1993년 2월 25일 오전 10시 14대 대통령 취임식이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취임식 주제는 '신한국 창조-다 함께 앞으로'였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각계의 의견을 구해 정했다.
오전 9시 59분 김영삼 대통령이 단상에 입장하면서 취임식 막이 올랐다. 문민정부 5년의 힘찬 출발이었다.
취임식에는 최규하·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삼부 요인, 각국 경축사절단, 모범 농어민, 대학생, 미화원, 집배원 등 각계 인사 3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취임을 축하했다.
취임식은 개회 선언, 국민의례, 취임 행사 위원장 식사, 취임 선서, 취임사 순으로 45분 동안 계속했다.
“지금부터 제14대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김종민 당시 총무처 의전국장이 개회를 선언했다. 국민의례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취임식 준비위원장인 현승종 국무총리가 식사를 통해 “지금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엄숙한 순간입니다. 퇴임하는 노태우 대통령 내외분과 새로 대임을 맡은 김영삼 대통령 내외분께 거듭 축하와 경의를 드립니다”라고 5분여 인사했다.
10시 9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위해 단상 비치대 앞으로 나아갔다.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영삼 대통령은 왼손으로 선서문을 든 채 오른손을 들고 역사적인 취임 선서를 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모두 79자였다.
김영삼 대통령의 회고.
“감회 어린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조국과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평생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 온 나 김영삼이 대통령으로서 첫인사와 약속을 하는 순간이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온갖 감회가 휘몰아쳐 왔다.”(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1)
선서가 끝나자 14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1400마리가 의사당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씨가 '해 뜨는 아침의 나라'를 부르고 예포대가 축포 21발을 발사했다.
김 대통령은 잠시 후 다시 단상으로 나아가 20여분 동안 '우리 다 함께 신한국으로'라는 주제의 취임사를 했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신한국 창조와 문민시대' 개막을 선언하고 개혁과 변화, 과학기술 교육을 통한 신한국 창조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김 대통령은 “정부가 달라지고 정치가 달라질 때 변화와 개혁을 통한 안정이 이 땅에 자리 잡을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 경제 회생, 국가 기강 확립'을 3대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인의 부러움을 산 근면성과 창의성을 잃고 전도된 가치관으로 사회가 흔들리는 등 한국병을 앓고 있다”면서 “우리 안에 퍼지고 있는 정신적 패배주의를 딛고 일어서 용기와 희망의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신한국은 좀 더 자유롭고 성숙한 시민 사회이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로, 풍요롭게 사는 공동체”라면서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어 평화롭게 사는 통일조국,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에 기여하는 나라, 누구나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신한국”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세계는 경제 전쟁, 기술 전쟁 시대로 접어들었다”라면서 “변화하는 세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고 낙오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경제활력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규제와 보호 대신 자율과 경쟁을 보장하고, 민간의 창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기업은 대담한 기술혁신으로 국제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민,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 교육과 함께 사람다운 사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인간교육이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신교육”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오늘부터 정부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청와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 안전과 번영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일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문제도 언급,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김 주석이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다”면서 “따뜻한 봄날 한라산 기슭에서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 못가에서도 좋다. 그곳에서 가슴을 터 놓고 민족 장래를 의논해 보자”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신한국 창조는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는 것”이라면서 “ 신한국으로 가는 길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고, 오직 우리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해낼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 희망과 꿈을 안고 새롭게 출발하자”라고 호소했다.
김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는 도중 모두 20여 차례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취임사가 끝나자 김 대통령은 국악대가 '표정만방지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최규하·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단상 아래로 내려와 연희동 사저로 가는 노 전 대통령 내외에게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며 환송했다.
김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광장 중앙통로를 통해 국회 정문 앞까지 걸어 나와 10시 47분 대통령 전용 1호차를 타고 청와대로 출발했다.
청와대로 가는 도중 김 대통령은 연호하는 시민들에게 큰소리로 “여러분을 위해 이 몸 바쳐 일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서울시청 앞, 광화문 종합청사 건너편, 청와대 입구 효자로에서 차를 세우고 환영나온 시민들과 악수했다.
김 대통령은 11시 30분쯤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해 청운초등학교 어린이 30여 명의 환영을 받았다.
대통령 취임식은 간소하면서도 기존과 달리 주제를 정했고, 사상 처음으로 프롬프터를 사용했다. 특히 260명이 260개 시·도·구·군 기를 들고 화합의 행진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문화 당시 총무처 차관의 말.
“이번 취임식은 주제를 설정해서 진행한 최초의 취임식입니다. 신한국 창조를 위해 온 국민이 함께 전진한다는 의미에서 취임 당일을 공휴일로 하지 않았고, 외국 공식사절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교민도 자비 부담 희망자만 초청장을 선별해서 발송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25일 오전 5시 10분에 일어나 평소와 다름없이 동작구 상도동 주민 100여 명과 조깅을 했다.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라는 게 김 대통령의 소신이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국민묘지(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에 헌화하고 오전 9시 5분쯤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청와대에 도착했다. 본관 현관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의 영접을 받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김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안내로 본관 2층 집무실에서 2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박관용 비서실장과 정해창 전 비서실장은 옆 방에서 대기했다.
9시 30분. 김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앉아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 국회 임명 동의 요청서에 서명하는 일로 첫 집무를 시작했다.
김 대통령이 “이것이 대통령으로서 첫 일이지요”라고 말했다.
박관용 비서실장이 “역사적인 순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국회의사당 로텐더 홀에서 열린 취임 축하 리셉션 참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바쁜 취임 첫날이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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