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과 아내가 가사노동을 고르게 분담하고, 경제력이 비슷한 맞벌이 부부일수록 여성의 출산 의사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육아정책연구소의 학술지 육아정책연구 최신호에 수록된 ‘맞벌이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 예측요인 탐색’ 논문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안리라 고려대 사회학 박사는 여성가족패널 2012∼2022년 자료에서 49세 이하 맞벌이 기혼여성의 데이터 3314건을 토대로 여성의 출산 의사를 분석했다.
분석 여성의 연령, 학력, 자녀 수 등 ‘개인적 요인’이 출산 의사에 기여하는 바가 가장 컸다. 논문은 “출산이 생물학적 과정이고, 부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연령이나 자녀 수 등 개인 요인의 기여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요인’ 중에서는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이 대등할수록 출산 의사가 높았다.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이 증가할수록 여성 출산 의사가 증가하면서 남녀의 분담률이 ‘반반’ 수준인 약 47% 지점에서 여성의 출산 의사가 가장 컸다.
논문은 ‘아내의 시간당 임금을 부부의 시간당 임금을 합산한 값으로 나눈 비율’을 아내의 경제적 협상력으로 정의했다. 이 역시 부부가 대등한 수준일 때 여성의 출산의사가 가장 높았다. 특히 약 30~50% 구간에서 출산의사에 대한 평균 예측확률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이는 여성의 소득 증가가 출산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다. 그러나 50%를 넘어서 여성의 경제적 협상력이 남편을 역전하면 출산의사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논문은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률이나 아내의 경제적 협상력이 평등한 수준일 때 부부간 합의를 통해 출산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구소득의 경우 출산·육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적정 소득 구간까지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 의사가 커졌다가, 이후부터는 오히려 출산 의사가 하락했다. 특히 연 9000만∼1억원 구간에서 급격히 낮아졌다.
논문은 “한국사회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전히 성평등 관점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등 정책설계에 있어서 부부간 공평한 가사노동 분담을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정책이나 여성이 가정 내에서 경제적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