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보험사 M&A 줄줄이 좌초 위기

2024-11-18

비은행 부문 강화 ‘빨간불’

우리금융, 부당 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

정기 검사 연장되고 검찰 수사도 확대

동양·ABL생명 인수절차 올스톱 상태

2025년 8월까지 못 끝내면 계약금 날릴 판

메리츠금융은 MG손보 인수전 특혜설

기업은행 공동출자 변수도 부상 예측불허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보험사 인수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려던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당국 검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관련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는 MG손해보험의 가장 유력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거론됐었으나 국회에서 특혜설이 제기된 데다 IBK기업은행이 SI(전략적 투자자)나 공동출자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변수를 맞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까지로 예정됐던 우리은행 정기검사를 1∼2주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지난 6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조사를 위해 현장검사에 나선 뒤 8월 재검사에 이어 정기검사까지 연장하면서 우리금융·우리은행은 5개월째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도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계열사 대표인 성모 전 부행장을 구속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외 거액의 추가 불법 대출 혐의도 새롭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이번 정기검사 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기 어려워진다. 현재와 같은 2등급을 받더라도 내년 8월까지 인수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 인수 가격(1조55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의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다. 인수계약서에 12개월(9개월+3개월) 안에 인수를 완료하기로 한 단서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약 파기로 인한 거액의 위약금이 금감원 검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1550억원이 부담돼서 우리금융의 경영평가등급을 맞춰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주와 은행의 자본을 헐어서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므로 자본적정성, 즉 은행과 지주의 현재 자본 수준 및 그 거래(인수) 후 리스크 관리와 성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체크리스트에 있는 대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지, 뒤에 따라오는 문제 탓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우리금융·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문제뿐 아니라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도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분기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를 하회한다.

MG손해보험을 인수하려는 메리츠금융지주도 암초를 만났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MG손해보험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연기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예보의 수의계약 입찰 등의 매각 절차가 메리츠화재를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유재훈 예보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아직) 선정 안 됐는데 특혜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은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우려가 있으니 더 투명하게 하라는 당부의 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 일각에선 국책은행이 MG손보를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월4일 예보, IBK기업은행과 의원실 미팅을 했는데 재검토하겠다고 IBK가 이야기하고 있다”며 “IBK에서 SI나 공동출자를 검토하기로 한 만큼 예보에서 기다려주고 독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에서 당부했었다.

당초 MG손보를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던 기업은행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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