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보다 ‘노동’…멈춤을 모르는 과르디올라가 만든 ‘집단 지성’

2025-12-30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54)은 아이디어로 사람을 움직이는 리더다. 권위나 성과가 아니라, 끝없이 갱신되는 사고와 집요한 준비 과정으로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설득한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30일 과르디올라와 함께 일한 복수의 코치들을 통해 “과르디올라는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보다 훨씬 노동집약적이고 인간적인 얼굴에 가깝다”고 전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그의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2020년 가을, 맨시티가 리그 초반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휴가 중이던 그는 분석 책임자였던 피에트 크레머스를 급히 불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전술 구상을 쏟아냈다. 휴양지 풍경 이야기는 없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새로운 3-2-5 포메이션과 인버티드 풀백 역할을 맡을 주앙 칸셀루의 움직임이 완성돼 있었다. 그는 그 전술을 시험하지 않고 즉시 실전에 투입했고 효과를 봤다.

과르디올라의 리더십 핵심은 멈추지 않는 사고다. 보좌진은 “그는 승리한 뒤에만 아주 잠깐 멈춘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도 다음 경기가 약체일 때뿐이다. 강팀을 상대할 경우, 승리 이후에도 그는 이미 다음 개선점을 찾고 있다. 2022-2023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뒤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인터 밀란의 압박을 더 잘 공략할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는 증언은 상징적이다.

디애슬레틱은 과르디올라를 “협업을 설계하는 감독”으로 묘사한다. 그는 보조 코치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자율성을 부여한다. 대신 요구 수준은 극단적으로 높다. 카를레스 플란차르트 전 수석 분석관은 “페프와 일한다는 것은 규율, 헌신, 그리고 하루 24시간 경기 준비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사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같은 공간에 있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과르디올라가 위계보다 아이디어의 출처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디애슬레틱은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감독뿐 아니라 하부 리그, 혹은 전혀 다른 환경의 전술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면 즉각 흡수한다”고 전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의 샤흐타르 시절 빌드업에 매료돼 관련 자료를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움이 된다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는 그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비결이다.

전술적 실험에 대한 비판도 물론 있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과잉 설계’는 오랜 논쟁거리다. 그러나 보조 코치들은 그 이면을 강조한다. 수십 차례 과감한 선택이 실제로 경기를 풀어낸 사례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2019년 첼시전에서 경험이 많지 않던 올렉산드르 진첸코를 중용해 6-0 대승을 거둔 장면은 대표적인 예로 언급됐다.

과르디올라의 또 다른 리더십 자산은 설득의 기술이다. 그의 전술 설명은 보조 코치들 사이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으로 비유된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던 장면이 설명이 이어질수록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고, 회의실을 나설 때는 모두 같은 그림을 공유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전술 전달이 아니라, 집단 사고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 가깝다고 디애슬레틱은 전했다.

그가 반복해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난 성과는 의미가 없다. 매 시즌은 제로에서 시작한다.”

디애슬레틱은 이 문장이 맨시티를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 상태로 유지시키는 핵심 장치라고 분석했다. 디애슬레틱은 보좌진 발언을 종합해 “이미 완성된 감독이 아니라, 여전히 스스로를 갱신하는 리더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고, 다시 의심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과르디올라가 만든 버블은 천재성보다 노동과 집착, 그리고 집단 지성으로 구축된 리더십의 현장”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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