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연간 방문객 500만명을 바라보면서 박물관 기념품 매장에서 ‘뮷즈(MU:DS)’도 잇단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뮷즈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하 재단)이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모티브로 출시한 문화상품 브랜드. 재단 측이 자체 디자인하기도 하고 공모전을 통해 중소기업 상품을 채택·제작하기도 한다. 특히 각 지역의 국립박물관 상품관엔 소장 유물을 특화한 상품이 전략적으로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온라인숍에서도 살 수 있지만 추석 귀경길에 지역 박물관을 들른다면 ‘인증템’(인증+아이템)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가장 다채로운 상품은 역시 경주에 있다. 이달 말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1일부터 신상 17품목도 공개했다. 키워드는 신라 금관. 오는 28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에 금관총·금령총·서봉총·천마총·황남대총 북분과 경주 교동에서 출토된 금관 6점이 한데 모이는 걸 기념해 제작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협업한 17품목 중엔 부채, 머그컵, 책갈피 등 실용품 외에도 젠Z(Z세대)들의 패션 필수품인 키링도 다채롭게 포함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석굴암 조명 등 ‘대박 상품’ 외에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도 여럿이다. 특히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보물)를 모티브로 한 제품들이 인기다. 일명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이 수막새는 아래턱 일부가 없어졌지만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가 조화를 이뤄 디자이너들도 “그대로 재현하기 어렵다”고 할만큼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파우치·소스볼·양우산 등 관련 상품이 다채롭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선 삼국시대 사람머리모양(인두형) 토기를 모티브로 한 ‘두기우기’가 효자 캐릭터다. 2007년 진주 금산면 중천리의 공동주택 부지를 발굴조사 하던 중 수십개의 파편으로 출토된 이 토기는 보존과학 학예사들의 노력 끝에 사람머리 형태를 되찾았다. 두기우기(頭呩祐祈)라는 이름은 ‘관람객과 즐기며 복을 기원하는 사람 머리 모양 토제품’이라는 뜻이다.


지역 국립박물관은 특화된 정체성을 내세워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 한복·갓 등 복식문화로 정평이 난 국립대구박물관은 한복 클립 책갈피와 흑립 갓끈 볼펜이 인기다. 특히 후자의 경우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즈(극중 악령 보이그룹)가 착용한 흑립을 연상시켜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밖에도 국립전주박물관의 ‘반닫이 클러치’, 국립익산박물관의 ‘사리내호 및 사리외호 팔찌’ 등이 소장 유물을 활용한 뮷즈로 인기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뮷즈 판매액은 약 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해 역대 최고치였다. 올해는 8월 한달에만 52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기록을 너끈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석굴암 본존불 미피에 오픈런…'경주 한정판'으로 뜬 가게
경주의 핫플레이스 황리단길엔 젠Z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민간 기념품 가게도 있다. 이 가운데 ‘배리삼릉공원’은 황리단길 조성 초창기인 2016년에 문 열어 터주대감 노릇을 해왔다. 경주에서 수제 작업을 하는 이들의 작품을 구매해 이곳에서 재판매를 하기도 하고, 일반적인 기념품도 판다.


1986년 경주 용강동 고분에서 출토된 신라 토용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들도 있다. 길이 12∼21㎝에 홀(笏:신하가 아침에 임금에게 문안을 올릴 때 예를 갖추기 위해 두 손에 모아쥐던 패)을 갖춘 모습으로 출토됐던 문인상·무인상과 여인상 등을 다양한 크기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미피스토어’는 인스타그램 등의 입소문을 타고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딕 브루너가 만든 토끼 캐릭터 ‘미피’가 주인공으로 거제·부산에 이어 경주가 전국 세 번째 매장이다. 고즈넉한 한옥 외관에 ‘석굴암 미피’ 등 경주에서만 살 수 있는 경주 에디션 상품들로 인해 ‘오픈런’ 경쟁이 치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