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카드 결제도 ‘오픈’이 필요하다

2025-04-28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 익숙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맹점이 감당해야 할 불투명하고 비효율적인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은 카드사 중심의 폐쇄적 인프라 위에 구축됐고 가맹점은 사실상 모든 카드사와 개별 계약을 맺어야 결제 수용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중소상공인, 특히 온라인몰이나 개인 사업자는 수수료율 구조를 명확히 알기 어렵고 협상력도 부족한 채 일방적인 조건을 따르고는 한다. 일부 가맹점은 카드 부정 사용에 대해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카드사로부터 책임을 전가 받거나 정당한 결제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일도 겪는다. 결제 인프라는 발전했지만 구조는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이 모든 문제의 배경에는 ‘카드망의 폐쇄성’이 있다. 카드사 간 결제 승인과 전표 매입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은 다수의 카드사와 각각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이는 중복된 계약 관리, 불투명한 수수료 체계, 제한된 협상 구조로 이어진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사 간 공동 가맹망을 통해 전표를 상호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조항에 그쳐 실행되지 않고 있다.

결제망이 닫혀 있는 것이 문제라면 그 해법은 하나다. 카드 결제망을 ‘오픈’하는 것이 답이다. 하나의 카드사나 플랫폼과 계약해도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는 구조, 즉 카드사 간 교차 승인과 전표 매입을 의무화한 개방형 공동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개선을 넘어 카드 결제 생태계의 철학을 카드사 중심에서 가맹점과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전표 매입 경쟁이 촉진되면 수수료 인하 압력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정부가 정한 우대수수료율에 의존하지 않아도 시장 기반의 합리적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비용 부담과 수익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가 클 수 있다. 지금까지는 PG사나 밴사를 통해 가맹점 관리를 위탁해 왔지만 오픈 네트워크가 도입되면 직접 가맹점 유치 경쟁에 나서야 하고 전표 매입을 위한 시스템 고도화와 보안 강화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출혈성 수수료 경쟁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정부 규제에 따른 획일적 수수료율에서 벗어나 자율과 효율을 기반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현재와 같은 3년 주기 적격비용 재산정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개편은 간편결제 및 핀테크 산업의 성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현재 간편결제 플랫폼은 사용자 기반은 탄탄하지만 카드 정산 구조에는 여전히 종속돼 있다. 카드 결제망이 개방되면 이들 역시 결제 인프라의 직접 참여자가 될 수 있고 정산 효율성과 투명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나아가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 융합이 가능해지고 핀테크 산업 전반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개방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효율과 혁신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미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제도를 통해 금융 인프라 개방을 선도한 경험이 있다. 오픈 API 기반 공유 인프라, 금융결제원 등 공공기관의 중립적 운영, 데이터 및 보안 표준화 등은 우리가 한 차례 성공적으로 구현해본 모델이다. 카드 결제망 또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새롭게 설계될 수 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을 폐쇄적 구조에서 개방형 구조로 전환하는 일은 단기적으로 복잡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는 혜택의 확대, 상공인에는 비용 절감, 카드사에는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 정부에는 규제 부담 완화라는 ‘네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변화다. 카드 결제도 이제는 ‘오픈’돼야 한다. 그것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금융 인프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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