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女만 골라 13명 납치했다…‘룸살롱 4인방’ 악몽의 지하방

2025-10-29

강력계 25시

2003년 3월 17일 새벽 4시.

강남 도곡동 주택가를 지나던 여성 조모(28)씨는 등 뒤의 헤드라이트에서 불길한 인상을 받았다. 아까 전부터 서행하며 자신을 따라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일부러 도보 가장자리로 비켜줘도 차는 곧장 나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흘깃했으나 헤드라이트가 내뿜는 불빛에 눈만 부셨다.

본능적으로 어깨에 멘 핸드백 끈을 움켜쥐려는 찰나 차가 멈추더니 안에서 덩치 큰 남성 두 명이 달려들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너무 놀라 얼어붙었을 때 그들 중 하나가 주먹으로 조씨의 명치를 때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팔목으로 조씨의 목을 조르며 차의 뒷좌석에 밀어 넣고는 청테이프를 뜯어내 양손을 결박, 눈과 얼굴에도 칭칭 동여맨 뒤 현장을 떠났다. 그러기까지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시야가 차단된 공포. 조씨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밀폐된 차 안에서 납치범들이 내뱉는 숨 냄새가 역할 뿐이었다.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비웃음만 들렸다. 이윽고 차가 정차하더니 누가 자신을 밖으로 빼낸 뒤 둘러업었고, 이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조씨를 가둔 곳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이었다. 퀴퀴한 곰팡내와 더불어 환기되지 못한 채 벽지에 눌어붙은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납치범 중 하나가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핸드백의 수첩 안에 초음파 사진을 끼워뒀다. 조씨는 임신 3개월째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절규했으나 그들은 무시했다. 그날 조씨는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

한 시간 뒤 납치범들은 조씨의 신용카드에서 현금 570여만원을 인출한 뒤 그녀를 차에 다시 태우고는 서울 근교에 내던지고 사라졌다. 그날 밤 그들은 단지 룸살롱에 갈 돈이 필요했다.

최초 피해자는 2월 10일 납치된 성모(25)씨다. 그때부터 강남경찰서 강력반엔 비슷한 신고가 계속 들어왔다. 동일 수법 피해자는 12명으로 추정됐다. 강도단이 몇 명인지 피해자마다 진술은 달랐지만 최소 4인 이상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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