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미국發 불확실성 확대 우려에 금융당국, 시장 안정에 총력

2025-01-21

입력 2025.01.21 14:44 수정 2025.01.21 14:53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고환율과 유동성 리스크에 면밀히 대응

고물가·내수침체에 서민금융 지원 전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거세질 전망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경기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21일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이 날 새벽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3.18포인트 오른 2533.23로, 원·달러 환율은 14.7원 내린 1437.0원에 장을 시작했다.

종전에 공언했던 것과 달리 추가 관세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증시·외환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미국은 공휴일인 ‘마틴 루터 킹 데이’여서 뉴욕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한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한국이 미국의 직접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글로벌 수출 정책 등을 포함한 미국 통상 정책이 72시간 안으로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에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사 외화 유동성 리스크 등에 대해 면밀히 대응할 계획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과 외화유동성이 악화된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어나면서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는데 이는 RWA를 분모로 하는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RWA로 나눈 값이다.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현재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 급등에 따른 금융사의 자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본규제 완화를 시행하기도 하고 금융사 자체적으로 충분한 충당금을 쌓게 하는 것으로 유도 중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되자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프로그램 등을 적기 가동키로 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 프로그램의 규모를 신속히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고환율·고물가에 내수침체까지 겹친 만큼 민생경제 안정에도 집중한다. 올해 서민정책금융 공급을 위해 총 11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1분기 안으로 추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과 함께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 25만명을 대상으로 연간 7000억원씩 3년간 이자 부담 경감에 나서기로 했으며 정상 차주라도 상환 어려움이 예상되는 차주에 대해 ▲장기분할상환 ▲금리감면 ▲대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정책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운동에서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비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친화 정책 예고에 가상자산 가격은 급등한 바 있다.

다만 이날은 트럼프가 가상자산과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취임 직전 사상 최고치인 10만9114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우리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에 유의하면서 신속히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입법 과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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