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인공지능(AI)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과 열에너지의 전기화라는 시대적 과제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은 필수적이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배전망을 통해 원활히 공급될 때 가능하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은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무탄소 전원의 활용, 첨단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기반이다.
이를 인식한 국회는 지난해 2월 27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는 국민의 기대와 국가 발전 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며, 법 제정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관의 기획과 설득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과거 밀양 송전탑 사태는 전력망 건설이 단순히 발전소 설치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협력 및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전력망 사업자는 주민 반대와 행정 절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확실성과 장기간의 노력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대해 전력망법은 전력망 확충을 국가 차원의 과제로 전환함으로써 체계적 계획 수립과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가는 주민 수용성 확보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전력망 확충을 지원해야 하며, 단순히 전력망 사업자의 업무로 남겨둘 수 없다.
법률이 모두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전력망법의 시행이 즉각적인 전력망 확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과도하다. 전력망법의 실효성은 디테일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정교한 설계에 달려 있으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망 사업자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전력망법이 환경과 지역 주민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신속한 전력망 건설을 가능하게 하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주민과의 소통 강화, 정당한 보상과 지원 방안 마련 등 지역 사회와 상생이 중요한 과제다. 또한 전력망 사업자는 현장에 적합하고 효과적으로 전력망을 건설할 수 있는 제도의 설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전력망법의 실질적 성공은 세부적인 정책 설계와 실행에 달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단기적인 전력 공급 해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과 조화를 이루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전력망법은 국민과 국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법이 되어 국가의 경쟁력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영 중앙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