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현역 입대 10배 증가" 공중보건의 만성 부족 대책은?

2025-01-06

[비즈한국]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에 배치돼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는 공중보건의사의 숫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한 의대생들이 대거 현역과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며 공보의 수급은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병무청에서 추계한 결과 의대생의 현역 입영 대상자는 1194명, 사회복무요원 입영 대상자는 139명이라고 밝혔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16명, 2022년 138명, 2023년 162명으로, 직전 연도 대비 10배가량 증가했다. 현역 입대자가 늘었다는 것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이후 공보의로 근무할 인원이 줄었다는 의미다. 대공협은 공중보건의사제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한 비효율성 축적, 현 의료대란 해결에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촉발된 불확실성 지속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정부 차원의 제도 논의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공보의 규모는 감소세다. 지난해 신규 편입된 의과 공보의는 전년 대비 절반 정도인 255명에 그쳤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5년 2239명이던 의과 공보의 수는 2019년을 기점으로 1000명대로 내려왔고, 지난해는 1213명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2015년 2239명, 2016년 2090명, 2017년 2116명, 2018년 2002명, 2019년 1960명, 2020년 1901명, 2021년 1862명, 2022년 1714명, 2023년 1434명, 2024년 1213명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보의와 관련해 ‘숫자 감소’에는 주목했지만 원인이나 대응방안 논의 등은 진전이 더뎠다. 복지부 보도자료를 들여다보면 2023년에서야 ‘수급 대책’ 계획 문구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당시 복지부는 한정된 의대 정원 내 여학생과 군필자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 현역병 대비 장기복무 부담 등을 감소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공보의 지원감소의 원인 분석과 중장기 추계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해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듬해 자료에는 별도의 내용 없이 보건지소 순회진료 확대,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 등의 진료 대책만 담겼다. 이후 유관 단체인 대공협과의 논의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공협 관계자는 “지난해 복지부로터 원인 분석이나 추계 등을 위한 협조 요청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공보의 감소 원인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등을 주장한다. 의료대란 이전부터 발생하던 임금 체불, 현역 대비 두 배 넘는 복무 기간 등도 꼽는다.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공보의는 순회 및 대직진료, 보건사업, 연구활동 실적, 근무 성적평정에 따라 ‘업무활동장려금’을 받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공보의의 업무활동장려금은 동결된 상태다. 대공협은 물가상승률과 공무원 임금상승률 등을 고려해 약 6년 동안 그대로인 90만 원을 100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공무원 임금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 등을 근거로 들었지만 복지부 측은 ‘지자체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식으로만 답변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현재 의사 한 명을 쓰기 위해 1년 동안 1000만 원 정도의 업무활동장려금만 부담하기에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올해도 의견을 전달했지만 복지부는 공보의 제도의 존속에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의료대란 시기에는 일부 의료기관의 임금 체불도 문제가 됐다. 지난해 5월 공보의의 대형 수련병원 파견 이후 대공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파견 공보의의 59%가 ‘수당지급과 관련해 불편한 경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이유를 조사한 복수 응답 질문에서 ‘수당 지급이 지연 중’ 60%, ‘수당을 지급받았으나 지연됐다’ 30.4%, 특정수당 항목을 받지 못했다’ 18.4%로 답했다. 이 가운데 해당 기관들이 지방자치단체로 책임을 돌리며 공보의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정부는 2023년 중장기 추계 계획을 밝힌 후 땜질 식 처방만 내리고 있다. 지난 11월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공보의 파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비연륙도서(12개 시군, 42개 섬), 분만·응급·소아 3중 취약지역(22개 군)에서의 차출은 제외하고, 동일 도내 파견을 원칙으로 해 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환자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국방부가 훈령 개정을 통해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 일부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수련생들은 군의관이나 공보의 등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이들이 대거 사직하며 내년에 입대할 이들이 크게 늘자 추후 군의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일부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해 입대를 보류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과잉 선발된 의무장교 대상자를 공보의로 전환하자는 방안이 다뤄졌지만 정부가 이를 막은 것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서 “훈령 제10조에 따르면 군의관 선발 후 초과 인원은 보충역인 공보의로 분류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는 이를 급하게 개정해 의료인력을 낭비하려 한다”며 “언제는 공보의 부족이 문제라더니, 이젠 법과 원칙을 바꿔가며 지역 의료 공백을 방치하는 이유는 뭔가. 공보의를 대거 선발해 농어촌 의료라도 살려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대공협은 올해 공보의의 ‘복무기간 단축’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이날 공보의의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근거와 공보의 인력 감소 대책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대한의사협회에 제출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의협에서) 검토 중에 있고, 보고서 형태로 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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