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흡연자 중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매년 줄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눈길을 끈다. 금연 계획률은 담뱃값이 올랐던 2015년에 비교해 2023년 거의 반토막이 났다.
5일 질병관리청의 '202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 흡연자 가운데 향후 1개월 이내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은 13.1%에 그쳤다. 흡연자 7∼8명 중 1명만 금연을 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금연을 계획하는 비율도 낮았다. 19∼29세 흡연자 중에선 9.2%만 금연을 계획한다고 답했고, 30대는 13.5%, 40대 12.7%, 50대 12.4%, 60대 17.9%, 70대 이상에선 17.8%였다.
흡연자들의 금연 계획률은 최근 들어 낮아지는 추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이 문항이 처음 포함됐을 때인 2001년엔 7.1%, 그다음 조사인 2005년 11.0%에 그쳤다가 연례 조사로 바뀐 2007년부터는 대체로 20%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최근 10년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 20.0%, 2014년 24.7%, 2015년 25.5%, 2016년 21.8%, 2017년 17.6%, 2018년 16.6%, 2019년 17.5%, 2020년 18.9%, 2021년 15.8%, 2022년 14.2%, 2023년 13.1%다. 최근 3년 연속 하락해 2023년엔 두 번째 조사인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고치였던 2015년 25.5%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5.5%가 금연 계획이 있다고 답한 2015년은 담뱃값이 4500원으로 한꺼번에 2000원 오른 때였다.
이와 관련 명승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 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담뱃값 인상 소식이 2014년과 2015년 금연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효과가 다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 회장은 "담뱃값 인상이 가장 중요한 금연 정책 중 하나이며 다시 한번 가격 인상이 필요한 때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대한금연학회 회장도 최근 뉴스1에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으로 '담뱃값 인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담뱃값은 지난 2015년 4500원으로 2000원 오른 뒤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김 회장은 "담뱃값 인상이 추진돼야 한다"며, 적어도 OECD 평균 담뱃값 8000원~1만 원 수준이어야 한다고 봤다.
최근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와 같은 신종 담배가 늘어난 것도 금연 의향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제조업체 등이 전자담배가 궐련을 끊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오도하면서 담배를 끊는 대신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의 금연 메시지나 금연지원서비스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서비스를 이용하고도 금연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시도하려고 해도 서비스 내용이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명승권 회장은 "스스로 담배를 끊으려 한 사람의 성공률은 3∼5%에 그칠 정도로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의사의 조언이나 전문가의 상담, 약물치료 등이 병행되면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