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첫 감경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연임 가능해져
이례적 조치에 정경의착 의혹... 금감원 "원칙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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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해 징계를 감경했다. 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감경된 사례라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절차에 따라 원칙적으로 평가했다는 입장이다.
기사회생한 이승건 대표, 연임 가능해져
지난해 10월 금감원은 비바리퍼블리카에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53억7400만원, 과태료 6억2800만원 등 제재를 결정했다. 이승건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11명도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이 대표와 당시 비바리퍼블리카 정보보안 담당 임원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 건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한 업체로부터 2900만건이 넘는 전자영수증 거래정보를 넘겨받아 고객 동의 없이 토스카드 회원 거래내역과 결합해 활용한 의혹(신용정보법 위반)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2년 넘는 조사 끝에 징계를 확정해 통보했다.
이 당시 이 대표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주의적 경고'로 감경됐다.
토스 측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그 동안 ‘이 대표가 중징계를 받을 경우 현행 지배구조법상 3년간 연임이 불가능해 회사에 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징계 감경을 요구했다. 토스는 2022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데, 이 대표 연임 실패시 상장에 차질이 크다는 논리였다. 이 대표는 원래 올해 4월에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토스에게만 따뜻하다?... 금감원 “정상적인 결정이다”
이런 이례적인 결과에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금융당국을 수시로 방문하고, 실제로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박세춘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지난해까지 토스뱅크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토스인사이트 대표에 선임되자 이러한 의혹이 증폭됐다.
정치권과 가깝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금융사 대표 중 유일하게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당시 금감원은 토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조치안을 구체화하던 중이었다. 제재심이 끝나고 3개월 뒤인 지난해 2월 이 대표와 함께 당국 징계 대상이었던 신용석 전 CISO는 대통령실 사이버안보비서관에 임명됐다.
실제 제재심의원회 의사록을 비교하면 여타 회사와 다르게 이 대표측 주장이 대부분 인정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사국 측은 고객신용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시 동의가 필요한 것은 금융사 임직원으로서 당연히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외부 법무법인 검토 문서를 참고하라 지시하고도 해당 문서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업무해태라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 측은 "사업상 속해 있는 600여 개의 채팅방에 올라오는 메시지가 수만 건이라 법무법인 보고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항변했고 제재심은 "이 대표의 업무 부담이 과중했다"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적용한 첫 사례였던 만큼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심의도 받았는데, 심의위는 검사국 손을 들어줬으나 제재심은 역시 이 대표 측의 논리를 수용했다.
다만 당국은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 위원들이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청취해 결론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재심은 원칙과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됐고 징계 수위가 정상적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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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비바리퍼블리카 #금융감독원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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