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고급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저급문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조선 말 성리학자들이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다가 끝내 나라를 침탈당한 모습과 유사하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 중 하나는 학교 제도권 내에서의 교육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토론식 문제 해결 능력, 민주주의 원리, 선동 정치를 판단하는 능력, 진정한 능력주의, 봉사활동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등을 가르치거나 배우지 못한다. 학생들은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문제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러한 교육제도에서는 미래 세대들이 사회 지도층이 되어도 조직이나 국가를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 사회를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사용했던,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 경쟁력 제고가 가로막히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 사업에서 2년 연속으로 프로그램 우수상을 받았다. 보건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방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복지와 교육의 성격을 동시에 갖춘 프로그램이었고,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이 같은 프로그램은 선진형 문화학습으로 정착될 수 있다. 하지만 문체부 예산은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대로, 부처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하며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서 체육 부문 예산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그 돈으로 줄 세우기에 바쁘다. 게다가 정부는 문화산업을 영화나 K팝 등 큰 분야로만 인식하고 그 외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정부의 이러한 시각이 우리나라 문화산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 문체부에서는 정부 등록 비영리 사립박물관을 공익재단 또는 공립박물관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비영리 박물관을 문화유산으로 인지하고 박물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박물관 및 미술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 진흥에 따른 책무를 다하기 위하여 이에 수반되는 예산상의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행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박물관이 제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중앙·지방 정부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 분야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가 아니다. 정부는 제대로 된 문화예산을 투입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사회적 연대와 공감을 키우는 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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