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9〉인공지능 융합교육의 어려움

2025-02-20

혁신을 반대할 이유를 찾는 것은 쉽다. 예를 들어 문과생에게 프로그래밍을 교육할 때, 명령어를 담은 레고블록 같은 것들을 죽 이어 나가며 원하는 기능을 구현해내는 스크래치와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스크래치는 MIT에서 교육용으로 만든 블록코딩 플랫폼이다. 하지만 다차원 리스트와 같은 복잡한 코딩이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구현하는 고도의 기능을 구현하기 어려우므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접근에 회의론을 가지기도 한다. 화면에 메모장 띄워 놓고 직접 텍스트를 입력해서 변수 선언하는 것부터 배워온 전통적 프로그래밍 교육의 관점에서는 블록을 끌어당겨 내려놓는 방식의 코딩 교육은 마땅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협업에 익숙치 않은 강의 문화다. 인공지능(AI) 교육은 금융이나 법률 같은 특정한 영역 지식과 AI 기술 지식을 모두 갖춘 사람이 수행할 때 가장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균형잡힌 지식을 갖춘 사람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한 강의에서 두 명 이상의 교사 또는 교수가 협업하면서, 문제 도출부터 해결방안 모색, 답안에 대한 해석까지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미있는 융합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혼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방식의 전통적 교육에 익숙한 교사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따라서 기술지식과 영역지식(도메인지식)을 따로 배운 학생들이 스스로 양자를 조합하면서 학습해야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셋째, 다양한 관점에 두루 노출시킬 수 있는 융합과목이다. 학생들도 여러 교과를 통합해 가르치는 융합과목은 지식의 폭과 깊이를 모두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때문에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지식의 폭과 넓이를 모두 갖춘 T자형 인재는 특정 교과목 하나를 듣는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현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훈련은 지적 트레이닝의 핵심이다. 그러한 다양한 시각을 경험하고 난 뒤, 자신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관점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전문지식과 동시에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을 갖추면서 양자간 소통까지 도모할 수 있는 A자형 인재 등 다양한 인재상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러한 인재를 기르는 데에도 융합과목은 매우 긴요하다.

현실적으로 한 과목 내에서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과목을 다수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여러 과목들을 학생들이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개방형 커리큘럼도 융합 교육의 한 방편이다. 전통적 AI 원리 전문 교육 커리큘럼, 영역별 전문지식과 AI 지식을 결합한 AI+X 형 커리큘럼, AI 지식의 밀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AI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관심유도형 과목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전공을 정의할 수 있는 자기설계형 전공까지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로, 융합교육에 대한 리더의 의지와 이해도다. 현장에서 융합교육을 실천하는 교사 또는 교수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융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리더가 그렇지 않은 리더로 교체되었을 때, 기존 융합과목 교원들을 강제로 기존 부서로 재배치하려 한다던지, 융합교육이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측면을 근거로 기존 교육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호불호가 단기적으로는 갈릴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융합교육은 시작하기보다 계속 이어가기가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오늘도 현장에서 융합교육을 위해 헌신하시는 교사, 교수들에게 응원의 박수가 필요하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