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기자 sunshin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자녀들, 부담 가능한 금액 용돈…부모들, 고마움 적극 표시해야"

의왕에 거주하는 최모씨(37)는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기쁜 마음보다 부담이 앞선다. 매달 생활비도 부족한데, 어린이날 아이들 선물에, 어버이날이 연이어 있다보니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최씨는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양가 용돈은 물론, 식사 대접까지 챙겨 드리고 나면 정말 빠듯하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동의 선물 1위 ‘용돈’이 세대간의 기쁨과 부담 사이를 오가고 있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념일이지만, 고물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용돈’이 자녀 입장에서 ‘얼마면 좋을까’라는 물음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어버이날 용돈 금액을 두고 고민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도 다수 찾아 볼 수 있다. “10만원은 너무 적은 것 같아 선물 드리고 식사 대접해요”, “저희는 각각 20만원으로 정해져 있네요”, “용돈을 드리면서 빈손으로 찾아뵙기 어려워 선물도 샀다” 등이다.
용돈을 받는 부모님의 입장은 어떨까. 사연은 다르지만 자녀들에게 부담이 되는 건 싫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었다.
분당에 사는 이모씨(66)는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도 소중하고, 작은 선물도 충분한데. 용돈을 주면 보탬이 되니, 고마운 마음도 크지만 미안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고 말했다.
파주에 거주하는 양모씨(70)는 “요즘 다들 살기도 힘든데 어버이날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부러 어린이날 손녀 용돈을 챙겨 줬다”고 전했다.
매년 반복되는 부모-자녀 세대간의 고민과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2040세대는 부모 부양, 자산 증식의 압박과 동시에 고물가, 저소득 등 경제적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겪고 있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았을 때 고마움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에 따르면 저출생, 고령화로 사회적 부담이 가정 단위의 부담으로 전가됐고, 현재의 2040세대는 ‘부모보다 못사는 첫 자녀 세대’가 됐다.
구 교수는 “부모들은 자녀들의 부양이나, 기념일 용돈 등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된다”며 “자녀 입장에선 자신들이 부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으로 판단해 용돈을 드리는 것이 가장 좋다. 무리하지 않고, 부모님께 지속적으로 안정감이 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