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정신과로 내모는 나라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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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PICK | 놀이터 대신 정신과 찾는 어린이들

오늘의 브리핑 | 대법원은 무엇을 하고자 했나 외

밑줄__ | 반짝과 반짝 사이

잼선면 | 그 펭귄은 왜 15m 아래 바다로 뛰어내렸을까

놀이터 대신 정신과 찾는 어린이들

어린이날이 낀 이번 연휴, 독자님들은 잘 보내셨나요?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어린이는 신이 인간에게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보낸 천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한국은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보다 '어린이가 불행한 나라'에 훨씬 가까워 보입니다. 오늘 점선면은 '7세 고시'로 대표되는 과도한 사교육으로 마음의 병을 얻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아동·청소년이 4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4세 고시', 유명 영어·수학 학원 입학에 대비하는 '7세 고시', '초등 의대반' 등 조기 사교육이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사 전문 읽기

얼마 전 코미디언 이수지의 '대치맘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린 자녀의 사교육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캐릭터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사람들의 지나친 열광과 조롱이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꽤 나왔어요. 사교육 광풍이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향해야 할 비판이 일부 '엄마'들에게만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실제로 사교육비 통계는 매년 꾸준히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어요. 지난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원으로 1년 전 27조1000억원보다 7.7% 늘었습니다. 영어유치원이나 재수학원 비용은 뺀 수치입니다. 학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한 사람당 월평균 59만2000원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교육은 '스탠다드'가 된 지 오래이고, 발목부터 차오르는 물처럼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돼 왔습니다. 패자부활 없는 과도한 경쟁 사회, 부실한 공교육, 노동시장 양극화 등이 주로 꼽히죠. 불안한 사회에서 자녀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물론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처럼 부모의 욕심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사교육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교육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주목받지 못해 왔습니다. 사교육의 원인과 현상이 어떻든, 분명한 건 아이들이 아프다는 겁니다. 기사에서 나오듯 지난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아동은 27만625명으로 2020년(13만3235명)보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사회적 인식 제고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 정도의 증가세라면 사교육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아동 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 그렇습니다.

특히 같은 기간 7~12세 남아 환자는 2.3배, 여아 환자는 2.4배 늘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사교육의 부작용은 더 큽니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SNS에 "정서적인 경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암기, 논리적 추론을 해야 하면 아이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나 불안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며 "대치동에 정신과, 소아정신과가 많은 것은 아이들이 정신과 치료라도 받게 하면서 버티게 하는 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요? 경향신문 유튜브 <경향식 뉴스토랑> 인터뷰에 응한 '대치동 키즈'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죄책감과 불안, 조바심을 가졌다"거나 "내가 공부를 못하면 내 가치가 없어진다는 압박을 항상 느꼈다"고 했어요. "어릴 때로 돌아가느니 죽는 게 낫겠다" "내 딸은 대치동에 데려가지 않겠다" 등 이야기도 나왔어요.

입시 과열과 사교육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되겠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어린이들이 아프고 불행한 사회는 장래가 밝을 수 없다"며 "지금 기성세대가 시급히 할 일은 어린이들에게 약을 처방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린이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해람 기자

대법원은 무엇을 하고자 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요. 선고 자체로 '대선 난입'이란 평가가 나오는 한편, 대법원이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재판 진행 여부를 매듭짓지 않은 점도 혼란을 키웠습니다. 이대근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조희대(대법원장)는 자신이 판결을 서두른 목적으로 제시한 혼란 종식에 실패했다. 그는 이런 대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고 할 만큼 지키려 한 가치가 무엇인지 설득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어요.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을 검토하다가 보류하면서, 재판일을 대선일 이후로 미뤄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어요.

국민의힘, 결국 '윤석열'로 대선 간다

국민의힘이 지난 3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이에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국민의힘은 파면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로 선거를 치릅니다. 특히, 김문수 후보는 경선 중 계엄·탄핵에 대한 사과 요구를 거부했고, 경선 승리 후 탄핵에 반대한 정치인 중심으로 캠프를 꾸렸습니다. 다만, 김-한 단일화는 삐걱대고 있어요. 김 후보가 단일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자 '배신'이란 비판이 쏟아졌고, 김 후보는 "후보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맞섰습니다.

트럼프, 이번엔 관세로 '문화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제작하지 않은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 영화업계가 발칵 뒤집혔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영화 제작사를 조직적으로 유인해 영화 산업이 쇠퇴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영화업계에선 관세 조치 후 비용 상승에 따른 제작 편수 감소·티켓 가격 인상 같은 부작용을 우려했어요. 할리우드가 주가 하락 등 실제 타격을 입자 백악관은 '최종 결정'이 아니라며 한 발 뺐습니다. 이명희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안 그래도 영화 산업의 영광은 지나갔다"며 "지금 미국이 할 일은 관세를 매기는 게 아니라 세계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이스라엘, '가자는 우리 땅' 선포

이스라엘 내각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자국 영토로 유지하는 작전 '기드온의 전차'를 승인했어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30만달러 뇌물 수수 등 각종 부패 혐의로 궁지에 몰리자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려고 갈등을 자꾸 키운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숙원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쟁 국면을 고조시키는 것은 그에게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 인질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와요.

"이를테면, 그런 날이 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창을 통과한 햇빛이 반소매의 팔에 닿은 순간, 당신에 대한 모든 기억이 문득 불러일으켜지는 순간 같은 때 말이다. 당신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아도, 몸과 마음에 새겨진 햇빛과 바람과 기후와 체취의 기억이 소름 돋듯 갑작스럽게 불러일으켜지는 때 말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이따금 부재의 감각으로 나를 일깨운다."

- 김근 시인 <반짝과 반짝 사이> 중에서

고희진 문화부 기자가 김근 시인의 선집 <반짝과 반짝 사이>에서 고르고 골라낸 한 문장을 점선면 독자님들께 소개할게요. 이 책은 김근이 직접 고른 50여 편의 시와 삶에 대한 산문 형식의 글 8편을 엮은 책입니다. 김근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해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에게서 에게로> 등 시집을 펴냈습니다. 지난 2월엔 "능동적인 자기운동성을 보여주며 언어의 새로운 지평을 탐구했다"는 평과 함께 제23회 지훈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문학평론가 김태선은 김근의 시에 대해 "말에게서 말에게로, 말과 함께 나아간다. 나아감 끝에 어떤 폐허에 이르게 될지라도, 그곳을 가능한 한 공허로 바꾸어 내며 새로움을 불러올 것"이라고 평가했어요.

🔗 반짝과 반짝 사이

그 펭귄은 왜 15m 아래 바다로 뛰어내렸을까

🐧디즈니+가 4월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공개한 3부작 다큐멘터리 <펭귄의 비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펭귄을 소재로 다큐를 만든 건 20년 만입니다. 영화 <아바타>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에미상 수상 이력이 있는 탐험가 버티 그레고리가 메인 스토리텔러로 직접 등장합니다.

🐧독자님들도 펭귄은 당연히 남극 주변에 살 것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나미비아 사막에 서식하는 펭귄, 적도 부근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펭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펭귄까지 다양한 펭귄이 등장합니다. 기후위기로 생존 위협을 받는 펭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어요.

🐧클라이맥스 장면은 어린 황제 펭귄들이 15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입니다. 첫번째 낙하주자는 흔히 '퍼스트 펭귄'이라고 불리는데요. 두려움 없는 모험심의 대명사로 곧잘 인용되지만,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요? 정환보 기자는 스스로를 펭귄이라고 가정하면, 이들의 합리적 선택이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 펭귄의 비밀

5월2일 레터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다각도로 살펴봤어요. 선거에 미칠 영향과 대법원의 '선거 개입' 논란, '정치의 사법화'가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지는 문제 등을 짚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파장이 매우 큽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점선면에서 다양한 의견 나누면 좋겠습니다.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을 놓고 '정치의 사법화'가 이 사태를 만든 본질이라고 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12명의 재판관 중 이 사건의 파기환송의 편을 들어준 10명이 윤석열에 의해 임명되었고, 이 사건의 진행 자체가 유례가 없는 졸속이었다는 점에서 어제의 파기환송은 역사에 길이 남을 끔찍한 사법부의 대선 개입이었습니다. 중립적 어휘를 사용하다 못해 본질을 놓친 레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이재명이 피의자가 아니라 그 누가 피의자였다고 해도 있어서는 안 되는 방식의 재판 진행이었습니다. 대법원의 소수 독점 엘리트주의를 지적하는 기사가 있길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워요. (익명의 독자님)

💬오늘 처음 접하게 된 뉴스레터인데 내용도 알차고 요즘 이슈되는 내용을 잘 풀어낸것 같아요. 젊은 MZ세대나 최근 부동산 투자 이슈등도 함께 다뤄주면 좋겠어요. (익명의 독자님)

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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