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2024년 공정거래 집행 회고와 2025년 전망

2025-01-06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행위 규율 법 개정 지속 추진"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부진, 투자 감소 등 경기침체가 심화되었다. 이러한 경제 상황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 직면한 기업의 경영 여건을 더욱 악화시켰고, 10%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자영업 폐업율이 보여주듯 민생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전 영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경쟁 · 소비자 이슈가 나타나고 있고, 공정거래 집행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효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 그리고 "새로운 이슈에 대한 적기의 신속한 대응"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환경 하에서 지난 한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민생과 혁신을 지원하는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을 모토로 ▲역동 경제를 뒷받침하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안정적 거래 기반 구축,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환경 조성,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등 4대 핵심 정책 과제를 추진하였다. 사건 처리와 관련하여 하도급, 가맹 분야로 대표되는 소위 갑을관계 사건 또는 전자상거래, 표시광고 등 소비자 분야 사건이 다수 발표되었으나, 전반적으로 시장 파급효과가 큰 대형 담합이나 단독행위 사건 처리 성과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형 담합 사건 처리 많지 않아

탄핵 정국과 트럼프 2기 출범 등 국내외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지난 2024년 공정거래 집행의 주요 내용을 되돌아보고 2025년 정책 추진 및 법 집행 방향을 전망해보기로 한다.

1. 2024년 공정거래 집행 회고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독과점 플랫폼의 단독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였다. 특히 영세 중소상공인의 정책적 요구가 강한 모빌리티, 오픈마켓 플랫폼에 법 집행 역량을 집중하였는데, 경쟁사 가맹업체에 대한 영업비밀 제공 요구, 검색순위 상위 노출을 통한 자사 우대 등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또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으로 판단하고 제재하였다.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직결된 금융, 통신 분야의 담합 사건(담보 대출, 국고채, 통신사 판매장려금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었고, 건설사 발주 가구 입찰, 반도체 공정 제어감시시스템 입찰 등 민생, 주력 산업 분야의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 결과를 발표하였다.

시정방안 제출 제도 도입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서는 상세한 시장정보를 보유한 기업 측이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제출하면 공정위가 그 내용을 고려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시정방안 제출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였고, '무료 제공' 서비스, 네트워크 효과,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 등 디지털 경제의 특성이 기업결합 심사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하여 심사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을 추진하였다.

이와 함께 미래 신성장 시장의 혁신지원을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인공지능(AI), 이커머스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 결과를 담은 정책보고서를 발간하였다. "AI 정책보고서"에서는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 및 소비자 이슈 분석 결과,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시장 정책보고서"를 통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등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 잠재적 경쟁제한 효과 등을 분석하였다.

(1) 중기 · 소상공인의 안정적 거래기반 구축

공정위는 중소기업의 정당한 몫을 보장하는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법 집행 및 제도 보완에 노력하였다. 자동차부품, 선박용 장비, 에너지 설비 제조업체 등의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 행위 여러 건을 제재하고, 하도급법을 개정하여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까지로 확대하는 한편, 손해액 산정 기준도 새롭게 마련하였다. 아울러 하도급대금 연동제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연동제운영지침을 행정예고하고, 광범위한 원재료가 투입되는 건설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여 건설분야 하도급대금 보호 연동제 지침서(가이드북)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가맹 분야에서는 필수품목 관련 제도개선과 불공정행위 조사에 주력하였다. 필수품목 관련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개정 가맹사업법이 시행되었고,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늘리는 등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시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시행령 개정도 완료되었다. 이와 함께 불공정 가맹거래에 대한 법 집행도 활발히 이루어져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외식 업종 프랜차이즈의 법 위반혐의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이어졌다.

한국피자헛 점주단체 승소

이러한 공정위의 공적 집행과 함께 한국피자헛 점주단체가 차액가맹금에 대한 단체소송 2심에서 승소하면서 다수의 점주단체가 가맹본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기존 외식 프랜차이즈의 차액가맹금 관행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있어 이와 관련한 추이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그밖에 공정위는 지난해 7월부터 "배달 플랫폼 상생 협의체"를 운영하여 입점업체가 배달플랫폼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 부담을 경감하고 소비자 영수증 표기를 개선하는 등의 상생안을 도출하였다. 또한 "모바일 상품권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켜 대금 정산주기 단축, 수수료 경감 등 소상공인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진력하였다.

(2)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환경 조성

디지털 거래 환경 하의 소비자 정책 측면에서 공정위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눈속임 상술, 소위 "다크패턴"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율을 강화하였다. 이를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여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정당한 사유없이 재화의 구입 총 비용이 아닌 일부 금액만 표시하는 행위), ▲특정옵션 사전 선택, ▲잘못된 계층구조(항목의 크기, 모양, 색깔 등에 현저한 차이를 두어 사업자에게 유리한 특정항목으로 유인하는 행위), ▲취소 · 탈퇴 방해, ▲반복 간섭(팝업창 등으로 소비자 선택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등 소비자피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규정하고 법 집행을 강화하였다.

약관 규제 분야에서는 웹툰, 캠핑장 및 휴양림 플랫폼,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중국 C커머스 플랫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인터넷 플랫폼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하였다. 아울러 범정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예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약관을 점검하여 필수 서비스를 따로 구성해 옵션비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 등을 시정하였다.

그밖에 알리 · 테무와 자율제품안전협약을 체결하고,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피해 구제를 활성화하는 등 해외 구매 플랫폼의 위해 제품 감시 강화에도 노력하였다. 아울러 숨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가격정보 포탈(소비자원 참가격)을 통한 정보제공 확대와 함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통해 사전고지 없이 용량을 줄이는 행위를 부당행위로 지정하였다.

(3)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목표 하에 지난해 몇 가지 중요한 제도적 조치를 발표하였다. 먼저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규정을 마련하는 등 동일인 지정기준을 합리화하였고, 공시의무를 경미하게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하였다.

또한 TRS(총수익스와프) 등을 악용한 채무보증 규제 회피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적용되는 『채무보증 탈법행위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는 한편, 지주회사 해석지침의 개정 등을 통해 한국인이 해외에서 창업한 국외 창업기업은 지주회사 CVC 투자 제한 대상 '해외기업'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여 국외 창업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보완하였다.

편법적인 지배력 승계나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등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법 집행도 꾸준히 이루어져 부당한 방법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총수일가가 보유한 자회사에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하거나, 계열회사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여 상당한 규모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한 행위를 부당지원으로 판단하고 제재하였다.

2. 2025년 전망

현재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고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정파적 고려에 따른 새로운 정책이나 법 집행 분야를 발굴하기보다는 기존의 정책과 법 집행 기조를 큰 변화없이 현상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공정위는 지난 11월 현 정부 공정거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에서도 기존 정책 방향과 대동소이하게 역동적 시장 혁신과 민생 안정을 양대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하에서는 2025년 공정위가 중점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과제를 입법과 제도, 정책, 법 집행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1) 입법 및 제도 보완

우선 공정위는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법 개정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분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자사우대▲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개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과징금 상한도 현행 규정보다 높게 설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소위 "티메프 사태"의 후속 조치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동법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에 대해 정산기한 준수, 대금 별도관리 의무 등이 새롭게 규정되었다. 다만, 급변하는 정국 상황과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같은 입법이 당초 의도대로 진행될 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통상 이슈를 계속 제기하고 있고, 국회의 입법 논의가 당분간 다수당인 야당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야당은 기존 법률의 수정보다는 새로운 법 제정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 정책과 관련하여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설정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국내총생산(GDP) 연동방식으로 변경하고, 핀테크 등 금융산업의 변화를 반영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허용 범위를 합리화하는 제도 개선, 대기업의 벤처기업 발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도 추진될 전망이다.

사인금지청구권 추진 전망

건설 분야의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이슈로 지적되어 온 부당특약의 사법(私法)상 효력을 무효화하고 기술 유용 피해 기업이 법원에 직접 침해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사인의 금지청구권 제도를 도입하는 하도급법 개정과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임시중지명령 발동요건 완화 등을 담은 전자거래법 개정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공정거래 관련 분쟁조정법의 입법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동 법안에는 집단 분쟁조정 확대, 감정 · 자문제도, 간이조정절차 신설 등 분쟁조정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담겨있다. 분쟁조정 제도는 공정위의 사건 착수, 조사, 심의 등 공적 집행의 상당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공정위가 역점을 두어 입법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2) 정책 및 법 집행

공정위가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기반이 되는 신산업 분야의 혁신과 경쟁 활성화를 정책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만큼 AI, 클라우드, 기후 테크, 문화 콘텐츠 등 미래 유망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및 관련 법 집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년에는 지난해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던 금융, 통신 분야 관련 대형 담합 사건, 배달앱이나 숙박앱, 동영상 플랫폼 등 기존에 공정위의 중점 모니터링 또는 현장 조사의 대상이 되었던 단독행위 사건의 조사 및 심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바, 향후 공정위가 개별 사건의 법리적 쟁점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공정위는 민생 경제 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거래 불공정 문제에 대한 법 집행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하도급 분야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확산 및 탈법행위,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는 금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SNS 마켓, 구독경제, 온라인 게임 아이템 등 신유형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감시활동도 예측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더욱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들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58개사 CP 등급평가 신청

끝으로 지난해 6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의 법제화가 시행된 바, 금년에도 CP 제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CP 등급평가 신청 기업이 크게 증가하여 전년 대비 2배 이상에 달하는 58개사가 평가를 신청하였고, 그중 66%(38개사)가 AA 등급 이상을 받는 등 기업 내 공정거래 준수 문화 확산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공정위도 다양한 인센티브 발굴 등 CP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약속하고 있고, 특히 자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집행을 강화할 경우 미국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우리 기업들이 경쟁법 사건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바, 보다 많은 기업들이 CP를 통해 내부 통제시스템을 보다 내실화하여 공정거래 위반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기홍 변호사 · 유영욱 고문(김앤장 법률사무소, khchun1@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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