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Law] 중국 표준필수특허 반독점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2025-01-07

중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11월 8일 가이드라인 공표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는 기술표준의 구현에 필수적인 특허로서, 배타적 권리 보호를 통한 혁신 유인 보호와 시장 경쟁 보장이라는 상충된 가치의 균형이 요구된다. 대체 기술 선택이 불가능한 필수성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이 형성되고, 표준필수특허의 실시자들은 과도한 누적 실시료(royalty stacking)나 특허 억류(patent hold-up)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표준화기구들은 표준기술 선정에 앞서 특허보유자에게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확약을 요구하여 특허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으며, 각국 반독점 당국은 이러한 표준필수특허권자의 특허권 남용을 규제하는 차원에서 문제된 행위의 FRAND 확약의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법에서 기본원칙 확립

중국은 2008년 반독점법 제55조에서 지식재산권 행사에 관한 반독점 규제의 기본원칙을 확립했다. 이후 국무원 반독점위원회의 '지식재산권 분야 반독점 가이드라인'과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의 '지식재산권 남용과 경쟁의 배제, 제한 행위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관련 규제를 체계화했다. 법원 차원에서도 베이징시 고급인민법원의 특허침해 판정 가이드라인과 광둥성 고급인민법원의 표준필수특허 분쟁사건 심리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사법적 판단기준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로 인한 표준필수특허 분쟁의 증가가 FRAND 확약 등에 관련된 표준필수특허 특유의 반독점 쟁점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규제 체계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하 'SAMR')은 2024년 11월 8일 '표준필수특허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본 가이드라인은 2023년 6월의 의견 수렴안을 기반으로 확정된 것으로, 표준의 제정 · 실시, 특허풀 운영, 라이선스 협상 등 표준필수특허 관련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독점 이슈에 대한 구체적 규제 기준을 제시한다. 본 가이드라인은 총 6개 장 2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국무원 반독점위원회의 '지식재산권 분야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참조할 수 있다.

사전적 · 예방적 규제 강화

가이드라인 제5조에서는 표준필수 특허 분야에 사전적 · 예방적 규제 체계를 도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소프트 규제(soft law)' 방식의 채택이다. 표준화기구, 특허풀 운영자, 표준필수특허권자 및 표준 실시자는 반독점법 준수 체계를 구축하고, 법 위반 리스크가 있을 경우 당국에 자발적으로 보고하여 감독과 지도를 받을 수 있다.

SAMR은 2023년부터 시행 중인 '삼신일고(三信一告)' 체계를 이용하여 알림 · 촉구 서한, 면담 통지, 조사 통지(삼신), 행정처벌결정(일고)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공식 조사 이전에도 위법행위의 자발적 시정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6월 SAMR은 Avanci 특허풀에 알림 · 촉구 서한을 보낸 바 있고,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의 사후적 규제보다 광범위하고 유연한 개입을 가능하게 하나, 동시에 반독점 당국의 재량권 확대와 기업의 규제 부담 증가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 위반에 이르지 않은 행위에도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반독점법의 적용 및 집행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운용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 제6조부터 제8조에서는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싱의 핵심 의무를 '모범 관행(good practice)'으로 체계화했다. 이러한 모범 관행의 위반이 곧바로 반독점법 위반을 구성하지는 않으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판단의 주요 고려요소로 작용한다.

제6조는 표준 제정 참여자의 정보공개 의무를 규정한다. 표준필수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를 '적시에 충분하게' 공개(disclosure)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채 특허권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경쟁제한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이는 특허 매복(Patent Ambush)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제7조는 FRAND 확약 의무를 규정한다. 표준필수특허권자는 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하며, 특허 양도 시 양수인에게도 이 의무가 승계되도록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는 특허 사략행위(Privateering)를 통한 FRAND 확약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제8조는 4단계 성실 협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①표준특허권자의 라이선스 제안(특허 목록, 클레임 차트, 실시료 산정 근거 등 포함), ②표준 실시자의 의사 표명, ③표준특허권자의 FRAND 조건 제시, ④표준 실시자의 수락 또는 대안 제시라는 단계적 접근을 규정한다. 2015년 유럽사법재판소의 Huawei vs ZTE(Case C-170/13) 판결의 기준을 계승하면서도, 초기 단계부터 실시료 산정 근거 등 실질적 정보 제공을 요구함으로써 성실 협상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특히 표준 실시자가 특허 유효성을 다투어도 실시자 측의 성실 협상 의무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점은 양 당사자의 균형적 권리 보장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규제

제12조는 표준필수특허권자의 시장지배력 판단기준을 체계화하면서, 대체 표준이 부재한 경우 해당 특허시장에서 100% 시장점유율을 추정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제4조가 표준필수특허 간 또는 비표준필수특허와의 대체성 분석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필수특허권자에게 상당한 입증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2 사건(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두31897 판결로 확정)에서는 기본적으로 각 개별표준필수특허별로 별도의 시장을 획정할 수 있으나, 문제된 퀄컴의 행위가 상호 연계되어 있고, 퀄컴이 자신의 특허를 하나의 묶음상품으로 라이선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퀄컴이 보유한 전체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관련 상품시장으로 보고 시장지배력을 판단한 바 있다.

제13조는 불공정한 고가의 라이선스에 대한 판단기준을 구체화하여, ①성실 협상의 이행 여부, ②비교 가능한 실시료와의 현저한 차이, ③무효 · 만료 특허에 대한 실시료 청구, ④포트폴리오 가치 변동의 반영, ⑤NPE(Non-Practicing Entity)를 통한 중복 징수 등을 고려요소로 제시했다. 성실 협상의 절차적 측면과 특허 포트폴리오의 동태적 가치 변화를 고려요소로 도입함으로써, 협상에 있어 실시자의 지위를 제고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access to all' vs 'license to all'

제14조는 FRAND 확약 이후의 라이선스 거절을 규제하는데, 주목할 점은 동 조항이 라이선스의 단계(level of licensing)에 대한 규제로서 작용할지 여부이다. FRAND 확약에 의거하여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스가 산업 가치사슬의 어느 단계에서 허여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라이선스의 단계에 관하여, 표준필수특허권자가 FRAND 조건에 따라 표준 실시가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만 하면 되고 특정 단계의 사업자에게 반드시 라이선스를 허여할 의무는 없는 'access to all' 모델과 하위 사업자인 최종 제품제조사와 상위 사업자인 부품제조사를 포함한 산업 가치사슬의 모든 사업자가 원한다면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 'license to all' 모델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제14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라이선스 거절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access to all'이 아닌 'license to all'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각국의 규제 동향과 대비되는데, 예를 들어 미국의 FTC vs Qualcomm(969 F.3d 974) 사건에서는 부품제조사의 라이선스 없는 기술접근을 허용하는 'access to all' 모델이 반독점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중국의 접근방식은 특히 자동차와 같은 다층적 공급망을 가진 산업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부품제조사의 직접 라이선스 취득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시료 산정의 기준점이 최종 제품에서 부품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는 실시료 산정 관련 분쟁을 계약법적 해석이 아닌 반독점법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15조부터 제18조는 끼워팔기, 불합리한 조건 부과, 차별적 대우, 구제수단 남용 등을 규제한다. 특히 제18조는 특허침해금지청구권의 정당한 행사는 인정하되 그 남용만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실무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본 가이드라인은 특허풀에 대한 체계적인 반독점 규제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함으로써, 특허풀의 운영에 관련된 법적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자 하였다.

특허풀에 대한 반독점 규제

제2조는 '타인에게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할 권한이 있는 자'를 표준필수 특허권자로 정의함으로써 특허풀을 규제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또한 제5조에서는 특허풀에 대한 사전적 · 예방적 감독체계를 구축하였다. 제10조는 특허풀의 독점협정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본 가이드라인은 표준필수특허 분쟁이 미국, 독일, 영국 및 UPC 등의 주요 소송지뿐만 아니라 인도와 브라질 등의 제3국에서도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에 다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표준필수특허권의 행사에 관한 반독점 규제라는 다른 측면의 대응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서 설명한 SAMR의 새로운 감독체계, 특히 소프트 규제 방식의 실제 운용이 주목된다. 또한 EU의 표준필수특허규제안(SEP Regulation) 발표 등 주요국의 규제 정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표준필수특허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표준필수특허의 보유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우리 기업과 반독점 규제를 관장하는 우리 정책당국도 이러한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이에 대응한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김경연 변호사 · 임덕용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youngyeon.kim@kimchang.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