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많은 내용 담겼는데, 원잠 외엔 분석 적어 아쉬워

2025-11-27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68회 독자위원회가 지난 25일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서 독자위원들은 한·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떠오른 인공지능(AI) 화두를 중앙일보가 한 달간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해 많은 양을 할애해 보도했는데, 원자력잠수함(원잠) 문제에 비해 나머지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졌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정당이 표방하는 ‘당원 주권 주의’가 실상은 선거에 당원을 동원하는 데서 그치는 팬덤 정치의 현실을 중앙일보가 잘 지적했다. 6일자 1면 ‘유권자 25%가 당원인데 풀뿌리 민주주의 시든다’, 7일자 8면 ‘“선거 끝나니 당에서 연락 끊겨” 씁쓸한 당원들, ‘당원 윤리교육에 회의 생중계, 독일 당원 정치는 다르다’는 당원이 유의미한 정치 참여 주체가 되지 못하는 국내의 양상을 분석하고 독일 등 해외 모범 사례를 소개해 의미가 컸다. 21일자 1면 ‘코드 예산 배로 늘리고 국가 장학금은 깎았다’ 3면 ‘윤과 불편 광복회 예산 1667% 늘고, 국제기구분담금 삭감’ ‘김형석에 업무추진비·관용차 보류…좌표 찍기 예산안 논란’에선 코드 예산에 대한 비판적인 논점은 좋았지만, 정부가 정책 방향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무조건 “코드 예산은 나쁘다”라는 시각으로 보는 듯해 다소 프레임이 경직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한반도연구실장=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 등 굵직한 이슈에 관한 보도가 매우 많았다. 이번 팩트시트에 굉장히 많은 내용이 담겼는데, 원잠 외의 사안에 대한 분석기사가 비교적 적었던 것 같다. 특히 ‘북한 비핵화’라는 이례적인 표현이 쓰였는데, 이 표현이 쓰인 이유와 의미를 심층 취재해 보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 비핵화는 보수 진영이 주장해온 표현이지만, 윤석열 정부도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썼다. 또, SCM에 들어간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 강화’ 문구도 그간 ‘억제 태세’라는 표현에서 상당히 나아간 중요한 표현이라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과 ‘핵추진 잠수함’(핵잠)이란 용어가 혼용됐는데, 그간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핵잠이라 불러왔고, 우리는 ‘공격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을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쓰는 ‘원잠’ 표기가 더 적확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1일자 중앙선데이 14면 ‘주민들 “33년을 참았는데…” 종료 불투명한 수도권매립지’ 기사가 정말 좋았다. 매립장 외에도 쓰레기부담금, 종량제, 분리수거 등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최근 고령자 운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민감한 상황이다. 5일자 10면 ‘65세 이상 버스기사 2배로…“은퇴자 재고용 늘어난 탓”’은 은퇴자 재고용으로 고령 버스 기사가 많이 늘었다는 통계와 운수 종사자 교통사고가 늘었다는 통계의 기준이 달라 정확한 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21일자 1면 ‘코드 예산 배로 늘리고 국가 장학금은 깎았다’ 등 예산 관련 기사는 12월 초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적절한 기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양곡 매입비나 지방교부금처럼 여당이 기존에 늘리자던 항목을 삭감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좀 더 심층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AI 혁명으로 이공계 고급 인력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데 4일자 1면 ‘2030 이공계 62% “3년 내 해외 이직 고려”’는 어렵사리 교육시킨 이공계 인력이 해외로 나가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잘 짚었다. 금전적 이유, 연구 생태계, 네트워크, 기회 보장 등의 현실을 제시하면서 국내 이공계 전문가의 현실이 해외보다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정리해, 향후 정책적으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잘 지적했다.

▶주영환 변호사=최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 관련, 13일자 1면 ‘노만석 사의, 대검 부장단 퇴진 종용에 결심’ 기사 제목은 정치권에서 정당 대표가 물러날 때 자주 쓰는 표현 방식으로 보인다. 검찰에선 중요 직위에 있는 사람이 자기가 직무상 과실 여부에 따라 책임이 따를 뿐인데, 검찰이 정치 주체인 것처럼 느껴질 소지가 있다고 본다. 정치권의 갑론을박보다는 검찰 결정의 독립성 위법성 여부 등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2일자 1면 사진 ‘연차 내고 자택 칩거한 노만석’은 자택에 있는 대검차장의 모습을 망원렌즈로 찍은 건데 사무실이 아닌 개인적인 공간 사진이 꼭 필요했을지 의문이 들어 아쉽다. 새벽배송 시리즈 기사에선, 우리 사회 각계의 시선에서 바라본 다양한 견해를 실었다는 점에서 기획 의도가 참 좋았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새벽배송’ 관련 여러 차례 기사가 나왔다. 12일자 8면 ‘민주노총 “과로사 많으니 새벽배송 제한을”…통계는 달랐다’의 경우, 결국 누구 입장이 옳은지보다는 현재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후속 기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19일 경제 2면 ‘첫 취업에 걸리는 기간, 남성이 여성보다 길어’는 기사 가치는 충분하지만 성 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표현이 있어 아쉬웠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이번 달은 인공지능(AI)이란 화두가 끊이지 않았는데 흐름을 짚으면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10일자 1면 ‘엔비디아 中 점유율 95%→0%…천하의 젠슨 황 긴장시킨 형제’, 8면 ‘“美 제재 풀린단 환상 버려”…11만 혁신전사 키운 화웨이’ 등 창간 60주년 중국 혁신 리포트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규제 속에서도 어떻게 AI 기술 자립을 이뤘는지 잘 보여줬다. 또, 8면 하단에 함께 게재된 ‘중졸 신화’ 플라잉카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이런 도전적이고 무모한 발명을 창업으로 연결한 국내 사례가 있다면 발굴해 소개했으면 한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서울시의 종묘 앞 세운상가 포함 지역의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적 싸움으로 번지며 시민들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18일 자 24면 ‘감히 종묘를’ ‘반드시 고층’ ‘둘 다 틀렸다…현장서 본 종묘 해법’에 이어 24일자 1면 ‘종묘 vs 일 왕궁 인근 풍경…서울·도쿄 도심 엇갈린 20년’을 필두로 한 특집 기사는 논리적, 이성적 접근을 통해 복잡한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반면 3일자 12면 ‘한 달 만에 다시 뜬 한강 버스, 첫날 3200명 탔다’에선 서울시의 한강 버스가 앞선 운행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 관한 보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주로 서울시의 설명만 있어 아쉬웠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중앙선데이 8일자 16, 17면 ‘갓’에 대해 다룬 기사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이후 단순히 ‘케데헌이 해외에서 뜬다’는 식의 기사가 아닌, 그중에서도 ‘갓’에 대해 한국인들도 모를 만한 내용을 소개해 좋았다. 이번 달은 ‘깐부 회동’ ‘쉼표 대신 쉼포’ 등 유행어나 신조어, 줄임말이 눈에 띄었다.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가 아닐 경우 전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또, 22일자 인물에 작은 몸을 합성한 이미지는 자칫 사안의 진지함을 가릴 수 있어 아쉬웠다.

▶오세정 위원장=‘북극항로’라는 중요한 이슈를 중앙일보가 빨리 캐치해 잘 다뤘다. 22일자 1면 ‘인간 욕망이 만든 ‘북극항로’ 그곳에 韓 운명 바꿀 기회 있다’ 14일자 8면 ‘“중·일 사이 낀 한국, 북극항로 잡으면 축복의 길”’은 독자들이 현재 의미를 잘 모르는 생소한 현장을 잘 다뤄서 상당히 의미가 깊다. 15일자 1면 ‘대항마 없는 주류시대를 주무르다’, 8면 ‘청년 때 학생 운동·3저 호황·벤처 붐 경험…기득권 된 뒤 입학사정관제·정년연장 과실’ ‘“GDP 360배 성장 경험한 86세대 내리막길 청년층 공포 이해 못 해’ 기획 기사는 좋은 기회를 타고난 주류 세대와 저성장 시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를 다뤘다. 그런 한편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탈석탄 동맹에 가입한다는 뉴스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이 통과됐는데, 이런 내용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와 이슈인데 지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미국 투자 규모가 한국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줄지, 실효성이 있는 건지 분석하는 기사가 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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