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SU7 화재, 中 자동차 업계가 뒤집다 [김광수의 중알중알]

2025-04-03

“SNS는 인생의 낭비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 바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2011년 5월 20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틀 전 당시 팀의 간판 선수였던 웨인 루니가 트위터(현 엑스)에서 한 팔로워와 논쟁을 벌인 것을 두고 충고하기 위해 했던 말인데요.

현대 사회에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SNS에 남겼던 글, 사진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연예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정치인 등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들이 대표적인데요. 최근 중국에서도 SNS에 남긴 글 하나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샤오미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레이쥔인데요. 레이쥔은 지난달 31일 중국 SNS 웨이보(중국판 엑스)에 "샤오미 15 울트라로 우한대학 야간 벚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세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우한대를 나온 레이쥔 회장은 평소 자신의 모교를 종종 찾아 학생들을 만나고 기부를 하곤 했습니다. 특히 우한대는 벚꽃으로 유명한 학교로, 그는 최근 샤오미에서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라이카와 협업한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

문제는 게시물을 올렸던 시기였는데요.

지난달 29일 밤 10시 44분경 안후이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여대생 3명이 탄 샤오미 SU7 차량이 가드레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차량은 사고 직후 배터리가 폭발해 차량에 불이 붙었고, 결국 탑승객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문이 열리지 않아 불이 난 상태에서 차량에 갇힌 3명이 모두 변을 당한거죠.

해당 사고 소식은 현지 매체를 통해 사흘이 지난 이달 1일에야 밝혀졌죠. 당일 밤 10시 19분 레이 회장도 웨이보에 “29일 저녁 사고에 대해 매우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며 사과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세 명의 어린 소녀가 불행히도 세상을 떠났다”며 “이 소식은 그들의 가족, 친구,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샤오미를 대신해 그들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죠.

샤오미 자동차 역시 공식 성명에서 전문팀을 구성해 30일에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31일에 경찰과 협력해 샤오미가 보유한 차량 데이터를 회수해 제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샤오미는 회피하지 않을 것이고 경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했죠.

레이 회장과 샤오미의 사과에도 많은 사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샤오미 측은 이미 사고 이튿날 해당 소식을 알고 있었는데, 레이 회장이 평소와 다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웨이보 활동을 했기 때문이죠. 사고 다음날부터 레이 회장은 우한대 게시물 외에도 여러 건을 웨이보에 올렸습니다. 그 이후에야 사과를 한 것을 두고 마치 ‘악어의 눈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데요.

레이 회장은 샤오미의 주요 제품 출시 때마다 직접 나서 발표를 맡고 SNS를 통해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친근한 모습의 최고경영자(CEO)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대표했던 것처럼 말이죠. 이번 일로 레이 회장은 물론 샤오미까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를 알고도 감춘 것 아니냐며 샤오미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고, 이는 다시 주가에도 반영돼 주주가치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상태입니다.

샤오미 SU7의 화재 사고는 단순히 샤오미 자체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중국의 자동차 기술력에 대한 불신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화재 사고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중국 자동차 업체 대부분은 자율주행 L2(운전 보조) 단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온라인 영상에선 이런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해놓고 운전자가 잠이 든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자율주행 기능을 너무 신뢰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죠.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자율주행 기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우한, 광저우 등 중국 내 다양한 지역에선 자율주행 시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아예 운전자가 없이 승객을 실어나르는 L4 단계의 ‘로보택시’도 상용화된 상태죠.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기술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비야디(BYD)가 저가 모델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기본 탑재한다고 화제를 모았지만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또다른 강점 중 하나로 꼽혔던 배터리도 이번 사고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샤오미는 SU7에 중국 1, 2위 배터리 업체인 CATL과 BYD의 제품을 장착해 왔습니다. 현재 CATL은 이번 사고 차량에 자사 제품이 장착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BYD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지 않은데요.

만약 BYD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장착됐다고 하면, 이것 역시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BYD는 자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지난해 방문했던 BYD의 선전 본사 전시관에서 뾰족한 송곳으로 LFP 블레이드 배터리와 NCM 배터리를 동시에 찌르자 NCM 배터리는 바로 폭발했지만 LFP 배터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죠. 안전성을 자부했던 BYD의 배터리를 장착한 SU7이 사고로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과연 이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를 탈 수 있을까요? BYD는 지난 1월 한국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고속 질주하던 샤오미의 전기차 SU7의 사고 하나로 인해 샤오미는 물론 중국 자동차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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