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고 깨우치는 것이 것이 사람의 일…사람 살리는 일에 무감하고 공론장이 처형대가 된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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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가 고(故) 김새론 사망과 연예인이 관련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반성할 시간도 없이 난도질 당하는 세태를 지적했다.
17일 은유작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 김새론의 사망과 관련된 단상을 남겼다. 그는 최근 인터뷰이로부터 들었다며 “가해를 성찰할 기회를 줘야 해요”, “죽이면 안 돼요. 사람이 변곡점이 있어야 해요. 시간을 줘야 해요. 시간을 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라는 주장을 전했다.
그는 녹취를 정리하다가 김새론의 부고 기사를 봤다며 “사람이 변곡점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곱씹었다. 이어 그는 친구로부터 들었다는 말을 떠올렸다.
‘어르신들은 어차피 고집 불통이고 생각이 안 바뀌니 아버지가 가부장적인 발언을 해도 그냥 참고 넘어가야한다’는 자신에게 친구가 “내일 죽더라도 오늘 깨우치고 죽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은유 작가는 “그게 사람의 일”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 배우고 고쳐보려고 노력하고 실수를 수습하고 내가 그랬으니 남을 이해하고 그러나 이해하지만 용서는 안 되어 괴로워한다”고 묘사했다.
또 “그러다가 다시 이해가 되는 국면을 맞기도 하고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하고 반성하며 그렇게 인식의 몸부림을 치면서 우리는 겨우 인간이 되어간다”고 했다.
아울러 “산 사람을 살게 하는 데 관심이 많은 나는, 소위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들의 기사도 자주 열어보는 편인데, 이건 거의 “이래도 안 죽을래?”하는 인격 살인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바이라인에 기자의 이름과 얼굴이 버젓이 나와서 더 몸서리가 쳐지곤 했다”고 언론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세상 제일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 너무 싫다. 그가 연예인이든 노동자든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 무감하고 공론장이 처형대가 된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극장에서 화면에 얼굴이 꽉 차도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스크린을 압도했던 놀라운 (아역) 배우, 얼굴에 광기가 있어서 작품이 궁금했던 배우로 김새론을 기억하고 싶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시 ‘꽃양귀비’ 중 “나는 말을 해요, 산산이 부서졌으니까요”라는 구절을 공유했다.
고 김새론은 전날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4세. 아역배우로 시작해 꾸준히 활동히 활동하다 2022년 5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2년9개월 만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변사사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은유 작가는 ‘올드걸의 시집’, ‘폭력과 존엄 사이’, ‘글쓰기의 최전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사회의 아픔을 돌아보는 글을 내놨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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