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
“통계청 전환 등 정부 조직 개편 필요
익명의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 시급
美·中에 뒤처진 인재 양성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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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라는 신대륙이 발견됐고 지금은 사람들이 막 오기 시작하는 단계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의 모든 나라가 진출을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염재호(사진)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AI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이같이 평가했다. 국가AI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인공지능 정책 전반을 심의한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고, 국내 내로라하는 AI 전문가들이 참여 중이다.
염 부위원장은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 “영국 한 매체 평가에서 세계 6위를 기록했다”며 “특히 반도체, IT(정보기술) 산업의 실행력, 제조업 기반이라는 세 가지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AI 기술 개발은 여야 정치권도 전폭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여야 대선주자들의 주요 공약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3차 국가AI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한국형 챗GPT 개발 등 AI 인재와 인프라 조성에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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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장을 거쳐 ‘한국판 미네르바 대학’으로 불리는 태재대의 초대 총장을 맡고 있는 염 부위원장은 ‘딥시크 쇼크’와 관련해 한국의 AI 인력 양성 시스템의 허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베이징대는 공대생이 40%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묶여 정원을 거의 늘리지 못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20년 전 100명에서 현재 800명으로 8배 늘었지만, 서울대는 20년간 55명을 유지하다 최근 64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이기도 한 염 부위원장은 AI 시대에 맞게 정부 조직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이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통계청을 빅데이터청으로 전환하고 익명화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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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AI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형 ‘탈피오트(Talpiot)’ 창설을 제안했다. 탈피오트는 이스라엘에서 운영 중인 군사·기술 엘리트 양성 프로그램이다.
뛰어난 이공계 인재들을 엄격하게 선발해 고급 과학, 수학, 공학 교육을 받은 후 군내 연구·개발(R&D)과 첨단 방위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한다. 염 부위원장의 구상은 AI 인재들에게 병역 혜택을 확대하는 ‘당근책’을 과감하게 빼 들어 이공계 우수 인력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대 쏠림 현상을 막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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