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김소정 기자]21세기 국제정치의 가장 큰 변곡점은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중국의 급작스러운 부상은 여러가지 의문점을 수반해왔다. 과연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인가? 중진국 함정에서 고전하고 있는 중국경제는 투자하기에 안전한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중국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무엇인가? 중국에 관심 있는 인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자 하는 네 가지 쟁점들이다.
3선 국회의원과 주중대사,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대사는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에서 위의 네 가지 질문에 대해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주중대사로 부임하기 전인 2017년 8월 국회의원 대상 초청 강연을 위해 썼던 것을 2023년 10월 중국 대학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1차 보완했고,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이하며 최신 내용을 추가했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 1장에서 저자는 패권과 관련된 중국의 대외행보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그리고 전랑 외교 등 공세적 대외정책 노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승자독식의 패권국으로 가지는 않으리라 전망한다.
2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최근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안과 밖으로부터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쌍순환 전략, ‘고품질(高品質)’ 발전, 그리고 ‘자립적 기술혁신’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정부와 관련된 ‘정치 리스크’로서, 이를 최소화해야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핵 군축에 주도적·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중국의 국익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대화와 설득은 물론 원유 수급 조절과 국경 통제 등과 같은 지렛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대만 문제, 영토 분쟁, 일본의 재무장, 해로 안전과 미·중 군비 경쟁 등 동북아의 다양한 지정학적·지경학적 쟁점들을 검토하고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중국 외교정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야심만만한 도련선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막강한 해군력의 보유만이 아닙니다. 도련선에 연한 국가들과의 협력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거의 모든 연안국과 영토 갈등을 겪고 있다. 더구나 도련선의 주축에 자리한 한국·일본·대만·필리핀 등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친미 국가”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의 시점에서 도련선은 중국의 방어선이 아니라 미국의 방어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정세 아래서 중국이 역내에서 도련선 전략을 성립시키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중국의 미래를 위해 도광양회(덩샤오핑 시절 채택했던 대외 유화정책)의 정신으로 돌아가라’가 저자가 이 책에서 중국에 주는 교훈”이라며 “그리고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중국을 제대로 알고 시대착오적 이념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