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17승4패 ‘미친 상승세’로 선두 탈환에 성공한 LG, 그 기저엔 신진급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는 베테랑들의 품격이 있다

2025-08-12

프로야구 LG는 지난달 22일까지만 해도 선두 한화에 5.5경기 차 뒤진 2위였다. 야구계에서 승차 3경기를 줄이는 데 통상적으로 한 달이 걸린다고들 한다. 5.5경기 차를 줄이기 위해선 두 달 가까이 소모돼야 하지만, LG는 이 격차를 불과 3주 만에 다 지워냈고, 오히려 이제는 2경기 차 앞선 선두에 올라있다. 지난달 23일부터 14승3패, 후반기 총 17승4패, 승률 0.810의 ‘미친 상승세’ 덕분이다. 마침 한화는 지난달 22일 올 시즌 두 번째 10연승을 거둔 이후 5승1무9패로 주춤했다.

이제는 LG가 시즌 성적 65승2무42패로 선두, 한화는 61승3무42패로 LG에 2경기 차 뒤진 2위로 처졌다. 지난 8~10일 서울 잠실벌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주말 3연전에서 LG가 2승1패로 위닝 시리즈를 거둔 게 결정적이었다.

LG가 후반기 대도약을 이뤄낸 비결은 신진급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주는 베테랑들의 분전과 배려가 자리잡고 있다. LG 염경엽 감독도 “고참들이 잘해주고 있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아도 공수에서, 더그아웃에서 제 역할을 한다”며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으니, 고비를 넘고 다시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는 LG 베테랑들이 신진급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는 플레이가 두 번이나 나왔다.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서 0-1로 뒤진 4회 무사 1,2루에서 신인 박관우가 희생 번트를 시도하다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후속타자 박동원도 삼진으 물러났지만, 박해민이 볼넷을 얻어 2사 만루가 됐다. 신민재가 2루수를 맞고 우익수 쪽으로 굴절된 타구를 쳤고, 이 타구에 1루 주자였던 올 시즌 도루 1위에 올라있는 박해민은 쏜살같이 달려 홈까지 쇄도했다. 기민한 주루로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든 박해민은 더그아웃에 도착하자마자, 박관우를 꽉 안아줬다. 번트 실패로 의기소침해 굳어 있던 박관우는 박해민의 위로에 울컥했다. LG는 이날 두산을 4-3으로 눌렀다.

8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2루. 한화 외야진은 짧은 안타가 나왔을 때 홈 승부를 하기 위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오지환이 친 타구는 좌익수 뒤쪽으로 날아갔고, 전진 수비 중이던 한화 좌익수 문현빈은 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 김현수 대신 대주자로 나선 고졸 2년차 손용준은 2,3루 사이에 서있는 정석적인 주루가 아닌, 타구가 잡히는 줄 알고 태그업을 준비하는 ‘본헤드 플레이’를 펼치는 바람에 홈에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춰서야 했다. 타자 주자 오지환이 2루까지 도달했음에도 2루 주자가 끝내기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3루에 서 있던 손용준은 곧 안도하는 표정으로 홈에 들어왔다. 한화 벤치는 수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박동원을 고의4구로 걸러 만루 작전을 펼쳤지만, 천성호가 한화 마무리 김서현을 상대로 전진수비하고 있던 한화 내야진을 뚫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천성호를 중심으로 끝내기 세리머니가 펼쳐졌지만, 2루에 있던 오지환, 손용준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김현수는 손용준을 향해 달려갔다. 천성호도 손용준에게 달려가 진하게 포옹했다.

LG 주장 박해민은 “모든 선수가 실수를 범한다. 베테랑들도 숱한 실패를 겪으며성장했다”며 “동료가 실수했을 때, 다른 동료가 만회하면 실수한 선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동료가 만회하면, 앞서 한 실수는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LG 선배들은 실수한 후배를 감쌌고 승리도 챙겼다. 염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끈끈한 분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고참들이 부진했을 때 더그아웃 분위기가 함께 처지곤 했다. 올해에는 고참들에게 ‘개인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자’고 강조했다”며 “전반기가 끝나고 선수단 회식을 하면서도 같은 말을 했다. 선수들이 정말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칭찬이 이어졌다. 염 감독은 “주장 박해민이 시즌 초반 개인 타격 성적이 안 좋았는데도 수비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챙겼다.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오지환도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도움을 주고자 애쓴다”며 “둘 외에도 박동원, 김현수, 김진성 등 고참들이 잘 이끌면서 팀에 '할 수 있어', '뒤집을 수 있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개막 7연승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 LG는 10승1패로 10승에 선착하고, 20승7패로 20승에도 선착했다. 20승 선착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69.3%(36차례 가운데 23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시즌 중반 팀 타선이 다소 가라앉으면서 지난달 5일엔 3위까지 떨어졌던 LG지만, 후반기 대반격을 통해 선두 자리를 다시 꿰찼다. 지금의 끈끈한 팀 워크라면 후반기 막판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극복이 가능한 모양새다. 그렇게 LG는 ‘원팀’으로 2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