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르륵 색실 지나가면… 차곡차곡 채워지는 힐링 [밀착취재]

2025-02-22

터프팅 공방 ‘무크 스튜디오’를 가다

총으로 형형색색 실 심으면

세상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 탄생

“복슬복슬한 질감 매력에 푹~”

“탕탕탕… 도르르륵….” 서울 종로의 러그 공방에 총소리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관총 모양의 반자동 직조장비 터프팅건이 천 위에 실을 맹렬하게 쏟아내자, 다채로운 무늬와 형상이 순식간에 채워지기 시작한다.

올해로 4년째 터프팅 공방 무크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문병철 대표는 터프팅건을 이용한 ‘터프팅 아트’ 작가활동도 겸하면서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를 들면, 터프팅건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카펫 만들기는 실에서 시작한다. 원사는 울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소재를 사용하며, 목적에 따라 다양한 원사를 염색해 창의적이고 추상적인 디자인을 사용할 수도 있다.

먼저 터프팅의 바탕이 될 천을 프레임에 끼워 준비한다. 원하는 크기의 도안을 스케치한 뒤, 터프팅에 쓸 실 색상을 고른다. 그다음 도안을 직접 바탕천(기포지)에 그리는데, 그리기가 어려울 경우 프로젝트 빔을 천에 쏜 뒤, 형태를 펜으로 따내면 훨씬 쉽게 스케치를 완성할 수 있다.

도안을 그렸다면 터프팅건이 나설 차례다. 터프팅건은 실을 걸고 단면으로 잘라주는 컷건, 키가 낮은 고리를 만들어주는 루프건, 높은 장모를 표현할 수 있는 에어건, 긴 고리를 만들어주는 수직기 등으로 나뉜다.

원하는 기법을 낼 수 있는 터프팅건을 골라 실을 끼운 뒤 차례로 뒤에서 앞으로 총을 쏘면서 면을 메워나간다. 터프팅건은 무게가 1.2㎏이나 되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드는 것이 중요하고, 머리카락이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날카로운 부분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면을 다 메웠다면 액체로 된 라텍스를 칠해 실이 빠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이후 가위와 클리퍼를 이용해 실의 라인을 정돈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카빙 작업을 하고 마감용 천을 덧대 완성한다.

무크스튜디오에서 창업반 수업을 듣고 있는 원사라씨는 터프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터프팅건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보통 면을 채우는 다른 공예들보다 진행속도가 빨라 너무 좋아요.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예쁜 컬러에 복슬복슬한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직조 기술은 기원 전 6000년쯤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 식물의 질긴 넝쿨을 엮은 원시적인 형태의 천이나 매듭부터 3D프린터로 제작되는 첨단 제작 방식의 옷까지, 직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천에 실을 한 땀씩 천천히 수놓는 전통적인 직조 방식과는 달리 터프팅건을 이용해 빠르게 색실을 심어 모양을 내는 터프팅 아트는 새로운 취미이자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속도감 있고, 역동적인 활동으로 경쾌하고 신나게 작업할 수 있어서 그런지 공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활 소품과 인테리어 용품 등을 만들겠다고 공방을 찾는 여성분들이 특히 많죠. 나무, 금속, 가죽처럼 다루기 어렵지 않아서인 거 같아요.”

터프팅 아트의 인기 배경을 이같이 설명한 문 대표는 1년 반 동안 카펫 업계에서 40년 넘게 종사한 정도순 장인이 운영하는 천안 터프팅연구소에서 터프팅 기술을 배웠다.

“터프팅과 함께한 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섬유의 따뜻한 질감을 활용한 다양한 작업물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많은 이들이 터프팅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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