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9〉AI버블 논쟁과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하)

2025-12-15

냉전시대에 자본주의 진영을 이끈 미국은 경제전쟁에서 공산주의 진영을 압도했다. 소련은 강력한 군사기술을 가졌지만 경직된 경제시스템으로 인해 실패했다. 미국은 인터넷, GPS 등 군사기술의 민간이전에 성공해 세계경제를 장악했다. 유일무이한 최강국이 됐고 세계화, 인터넷을 결합해 세계경제를 견인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기획, 설계를 미국이 맡고 제조, 유통을 중국, 인도에 맡겼다. 그런데 경제성장은 한계에 이르고 중국은 첨단기술에 박차를 가해 미국을 넘보고 있다. 미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선언하고 관세인상 등 세계를 향해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투자유치에 나섰다. GPU반도체, 챗GPT, 제미나이의 등장에도 반도체, 장비를 제외하곤 실적이 미흡하다. 제프리 힌튼 등 석학은 AI의 부작용을 이유로 AI발전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는 생성형 AI를 가지고 노는 '재미'에 빠졌고 AI버블 논쟁엔 불이 붙고 있다.

조란 맘다니는 민주당 경선에서 뉴욕 대표 거물 앤드루 쿠오모와 싸워 승리했다. 본선에선 민주당을 탈당한 쿠오모가 지지표를 분산시켰다. 그러나 뉴욕은 조란 맘다니를 시장으로 뽑았다. 그는 누구인가. 대학교수 아버지와 영화감독 어머니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이슬람교인이다. 슬로건은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의 삶'이다. 무상교통, 공공보육, 시영 식료품점, 임대료 동결, 공공임대주택 건설, 부유층·기업 증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시장을 우선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란이다.

뉴욕시민의 그 무엇이 그를 지지하게 했을까. 일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는데도 기회와 일자리가 없다. AI 등 과학기술 일변도의 발전과 자본주의경제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프랑스에서 젊은이들이 청년층의 부담을 늘이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것도 다르지 않다. 취약계층의 소득감소가 자신들의 불성실과 무능이 원인이라면 감수할 수 있지만 공동체 시스템이 원인이라면 다른 문제다. AI가 성공해도 그 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부자가 100을 벌면 빈자도 10을 벌 수 있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AI가 일자리를 없애고 기회와 안전까지 박탈할 수 있다. 무상교통, 임대료동결 등 그의 공약은 열심히 살았지만 사회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소득과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계층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의 대량해고, 신규채용 축소는 어떤가. 기본소득 논의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킨다. 일하지 않고 받는 돈에 기뻐할 수만 없다. 일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글로벌 빅테크와 그들을 추종하는 기업들은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성과는 사업기회와 일자리창출을 수반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사이비교주의 목소리와 다를 바 없다. 세상 사람들의 돈이 많이 들어간 만큼 그 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데미스 하사비스는 무엇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는가. AI 모델 알파폴드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밝혔다. 수십년 걸리는 계산을 몇 시간에 해낸다. 단백질 구조를 밝혔으면 손도 못 대던 치료제, 신약이 개발돼야 한다.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장님이 눈을 뜨게 할 순 없어도 그 10분의 1은 해야 하지 않는가. 전쟁을 하되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고 승부를 보는 방법은 없는가. 우주정거장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순 없는가.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거할 순 없는가. 부동산투기, 중대재해, 지방소멸 문제를 AI로 해결할 순 없는가.

최고의 복지는 현금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고 계층이동 사다리를 곳곳에 놓는 것이다. AI가 자본주의 '포용성'과 함께 해야 버블은 줄고 강국의 꿈은 실현된다. 바다 멀리 자본주의 심장에서 조란 맘다니를 지지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이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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