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서전에서 고개를 숙인 에이스 고영표(33·KT 위즈)는 끝내 웃지 못했다. 전날 패배를 복기하며 “핑계대고 싶지 않다”고 짧게 심경을 드러냈다.
고영표는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쿠바와의 B조 예선 2차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아쉬운 경기였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전날 대만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온 고영표는 2이닝 4피안타(2피홈런) 6실점으로 흔들렸다. 1회말 수비를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2회 만루홈런과 2점포를 연달아 맞고 6점을 내줬다. 결국 이 점수는 뼈아프게 작용해 한국은 3-6으로 졌다.
다음날 훈련이 끝난 뒤 만난 고영표는 “체인지업과 직구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만루홈런 이후 흐름을 끊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어 현재 KBO리그와 달리 ABS가 작동하지 않는 공 판정을 두고는 “핑계대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고 말했다.
오른손 사이드암 고영표는 일찌감치 대만전 선봉장으로 예상됐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이틀 전까지 선발투수를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영표에게 1차전 출격을 귀띔했다.
대만 타자들이 약점을 보이는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고영표는 그러나 체인지업이 공략당하면서 대만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결국 2회 수비가 끝난 뒤 최지민과 교체돼 등판을 마쳤다.
전날 경기 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팬들에게 짤막한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한 고영표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많이 왔다. 일일이 답장을 해드리기가 어려운 숫자라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을 썼다”고 했다.
비록 1차전은 패배로 끝났지만,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고영표는 18일 열리는 호주와의 5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올 예정이다. 이때까지 본선행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이번 예선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고영표는 “아쉬움은 잊고 내 리듬을 찾겠다. 그렇게 되면 다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몸을 잘 만들며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쿠바전 승리가 절실한 류중일 감독은 전날과 달리 선발 라인업을 대폭 손질했다. 홍창기(좌익수)-신민재(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박동원(포수)-나승엽(지명타자)-문보경(1루수)-박성한(유격수)-최원준(중견수)으로 진용을 짰다. 선발투수는 곽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