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운전 편한 이유가 있었네...운행효율과 안전 잡은 시스템

2025-02-02

도쿄에서 야마나시현(山梨)의 후지산으로 향하는 주오고속도로(中央自動車道)를 타고 가는 길은 운전이 즐겁게 느껴진다. 후지산을 앞에 두고 달리는 길은 왕복 4차선에 불과하지만 길이 딱히 막히는 것도 아니다. 차들은 중앙분리대 바로 옆 추월선인 1차선을 비워두고 2차선 주행선으로 달린다. 제한속도는 구간에 따라 시속 80~100km이지만, 추월선에선 이보다 빨리 달리다가 다시 주행선에 진입하면 규정 속도를 비교적 준수하면서 달린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표식은 발견할 수 없다. 주행선에서 차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기능을 써서 시속 100km 정도로 달리고 있어도 끼어드는 차들이 거의 없으니 한동안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문제 될 게 없다.

서울 서초동에서 경기 성남시를 연결하는 헌릉로는 지방도이지만 왕복 6~10차선으로 고속도로 수준의 규모이다. 교통량이 많아 상습 정체 구간이지만, 차가 없는 시간대에도 속도를 시속 50~60km로 제한하는 과속단속 카메라가 연달아 5개나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전국 도심 일반도로의 속도를 제한한 이른바 '5030 정책'으로 꼭 고속도로가 아니더라도 "전방 500m 앞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주의를 내비게이션으로부터 들어가며 운전하는 게 일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에 설치된 과속단속 카메라의 숫자만 2019년 기준 8576개이다. 5381개였던 2014년에 비해 1.6배 수준으로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호 위반 단속, 주정차 단속, 스쿨존 단속 등 운전자들 입장에선 단속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에선 과속단속 카메라만 지나치면 차들이 속도를 다시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사고율이 높은 구간에서 속도를 강제로 줄이게 해 안전성을 높이게 하려는 정책이지만, 해당 구간만 넘기면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여 손해를 본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 마냥 다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당연시됐다. 주정차 단속도 마찬가지이고, U턴 등도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횡행한다. 여러 형태의 무인 단속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들의 행동을 제약하지만, 결과적으론 "단속 구간에서만 조심하면 된다"며 규정에 대한 '준수'는 오히려 약해진다. 규제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선 지키지 않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타고난 높은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일본에선 이러한 교통 규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일본도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다. '고정식 오비스'라고 부르는 과속단속 카메라인데, 그 위치는 공개되지 않는다. 당연히 일본의 내비게이션에서도 전방에 카메라가 있다는 식의 안내는 나오지 않는다. 이보다는 오히려 '이동식 오비스'라고 하는 이동식 과속단속 카메라와 교통경찰의 암행 단속이 활발하다. 언제 어디서 단속될지 모르니 항상 규정 속도를 준수할 필요가 생긴다.

과태료도 한국에 비교하면 몇 배 수준으로 비싸다. 일반도로나 고속도로에서 과태료 기준은 9000~3만5000엔(8만4500~32만9000원)에 달한다. 규정 속도를 과하게 어길 경우에는 면허가 최소 30일 동안 바로 정지되고 약식기소돼 재판도 받아야 한다. 처벌 규정상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엔(94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일반도로에서 시속 30km, 고속도로에서 시속 40km를 초과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의 속도위반 과태료 기준은 4만~13만 원이다. 예컨대 규정 속도가 100km인 고속도로에서 145km로 달리다 단속될 경우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10만엔 이하의 벌금을 내고 30일간 면허정지를 당하는데, 한국에선 1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끝나는 것이다.

김동영 KDI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교통 행정은 사전 규제 성격이 강하지만, 예고성인 데다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규정을 준수한다는 의식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과속단속 카메라만 지나치면 운전자들이 다시 속도를 올리니, 최근 들어 양방향 카메라를 설치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김 전문연구원은 "이런 식이라면 결국은 자동차의 속도 정보를 모두 수집해서 속도를 규제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운전자들의 규정 준수 등 운전 매너를 높이는 것이 결국 운행 효율 측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행 효율 측면에서 일본은 사전적 규제로 처음부터 자동차 수를 관리한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기준 등록 자동차 수가 8300만 대로, 2630만 대인 우리나라의 3.15배에 달하는 자동차 대국이지만, 수도권의 자동차는 오히려 적은 편이다. 일본 자동차검사등록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일본의 가구당 자가용 보유 대수는 1.016대이지만, 도쿄는 0.41대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쿄에 자가용이 적은 이유는 차를 보유하는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차고지증명제 시행이다. 주차장을 확보해야만 차를 살 수 있는데, 도쿄에선 주차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 우리 돈으로 월 40만 원 정도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건물마다 주차장을 일정 비율 확보하는 것이 의무도 아니기 때문에 주차장 자체가 부족하다. 수요가 높은 동네는 월 100만 원 이상을 주차장 가격으로 지출해야 한다. 차가 있는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내도 서울과 비교하면 차가 꽉 막힌 모습이 일상은 아니다. 여기에 보행자나 자전거를 우선시하는 배려 운전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무리 없다. 교통 선진국인 일본에서 참고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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