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 50차례나 홈런을 때렸던 삼성 르윈 디아즈가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포효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팀을 플레이오프(PO)로 이끄는 결승 투런이었다. 삼성이 14일 대구에서 열린 SSG와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8회말 디아즈의 홈런을 앞세워 SSG를 5-2로 꺾었다. 결승 홈런을 포함해 4차전 2안타 3타점을 기록한 디아즈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디아즈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8회 홈런에 대해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확신했다”며 “온몸에 피가 다 끓어오를 정도로 벅차올랐다.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의 홈런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디아즈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와일드카드시리즈 2경기부터 준PO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홈런 하나 없이 19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었다.
디아즈는 “방망이는 타이밍이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와일드카드전부터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다. 야구장에 나오면 곧장 실내 연습장부터 들어갔다. 타이밍을 신경 쓰면서 운동을 했다”면서 “준PO 들어와서 타이밍이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홈런으로 존재 가치를 새삼 증명했지만, PO에서 홈런은 의식하지 않겠다고 했다. 홈런을 생각하면 자연히 스윙이 커지고, 강력한 한화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규시즌 내내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디아즈는 “우리가 우선 준비해야 할 건 인플레이 타구”라며 “그렇게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아즈의 홈런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삼성은 이날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상대 선발 김광현의 역투에 막혀 5회까지 1점밖에 뽑지 못했다. 디아즈는 “경기 초반 김광현의 공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투수전이 될 거 같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5~6회까지 투수전이 이어졌다”면서 “잘 던지는 선발 투수가 나오면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발을 빨리 내리고 불펜을 나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광현을 상대로도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말했다.
디아즈는 PO를 앞두고 한화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꼽아달라는 말에 “한화 투수들이 정말 다 좋기 때문에 1명만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전부 다’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정말 딱 하나만 고르자면 코디 폰세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폰세는 모두가 동의하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다. 디아즈에게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다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