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IRP·DC) 계좌에서 100%까지 투자할 수 있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70% 한도를 넘어 주식 비중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자산운용사 간 상품 출시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다음 달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액티브 ETF’를 출시한다. 이 상품은 미국 대형주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미국 단기채권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미국 장기채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단기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채권과 위험자산인 주식에 동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겨낭했다.
특히 기존 S&P500 채권혼합형 ETF의 주식 비중이 30%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상품은 주식 편입 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리며 차별화했다. 유사한 구조의 채권혼합형 상품으로는 ‘미국배당다우존스’와 미국채 10년물을 5대5 비중으로 투자하는 ‘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이 있다. 해당 상품에는 올 들어 1185억 원이 유입됐다.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채권혼합형 ETF 시장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3조 77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2조 7410억 원)에 비해 1조 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현재 퇴직연금 관련 규정상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은 전체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예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데 채권혼합형 ETF는 이 30%의 안전자산 몫에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결과적으로 채권혼합형 ETF를 활용하면 ‘위험자산 70%’을 넘어서면서도 실질적인 주식 비중은 80~9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 액티브 ETF를 30%, 미국S&P500 ETF를 70% 담으면 결과적으로 S&P500에 85%, 미국 단기국채에 15%로 투자하게 되면서 ‘버핏 포트폴리오(S&P500 90%+단기국채 10%)’ 구성 전략과 유사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는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 단기 변동성보다 안정적인 수익이 중요한 투자처”라며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섞은 채권혼합형 ETF는 연금 포트폴리오의 기본 구성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