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발생한 규모 7.7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미얀마 만달레이의 12층짜리 아파트 ‘스카이빌라’ 앞이 웅성거렸다. 차갑게 식은 채 발견된 실종자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그 곁은 파란색 구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켰다.
이들은 중국 최대 민간 구조단체인 란톈(藍天·블루스카이) 구조대다. 지진 발생 직후 생명 탐지 장비와 드론 등 장비를 싣고 중국 윈난성에서 만달레이로 달려왔다. 앞서 미얀마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한 지난달 29일 밤에도 중국 구조대를 만났다. 붉은색 헬멧엔 ‘베이징 소방’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1948년 1월 독립 이후 최악의 지진이 미얀마를 덮치자 중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600명이 넘는 구조대원과 의료진을 보냈고 10억 위안(약 1950억원)에 달하는 긴급 인도적 지원도 약속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얀마 측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하루빨리 재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파욱파우(Paukph aw)’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형제 혹은 혈연관계를 의미하는데 양국은 피보다 진한 돈으로 맺어진 사이다. 시 주석이 구상한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국가인 미얀마는 중국이 인도양으로 향하는 교두보다. 특히 중국-미얀마 경제회랑(CMEC)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영향력을, 미얀마는 경제적 이득을 얻는 구조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조대를 보낸 국가’의 성과를 연일 보도했다. 60시간 넘게 잔해에 매몰됐던 5세 아동과 임신부를 구출하기도 했다. 주중 미얀마대사는 “중국의 빠른 대응과 진심 어린 위로는 양국의 우정을 깊이 느끼게 했다”며 “미얀마는 이를 영원히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호응했다.
비극 한가운데서도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게 외교다. 집이 무너져 가족이 묻히고 길거리에 나앉은 미얀마 국민에게 중국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만달레이를 찾은 한 한국 민간구호단체는 병원이 무너져 야외 병상에 방치된 환자들에게 음식과 식수를 건넸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연신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병원 바로 옆 이재민 캠프엔 갈 수 없었다. 이 단체가 마련할 수 있는 구호물자 물량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진 피해 중심지를 취재하던 기자에게도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위험한 곳까지 찾아와줘 고맙다”며 “미얀마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한국 구조대는 언제쯤 오느냐”는 이들의 질문엔 답할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