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전술적 가치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일본과 한국 출신 선수 영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가디언은 1일 “동아시아 축구의 성장과 함께, 기술적 역량과 경쟁력을 두루 갖춘 유망주들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실질적인 전력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브렉시트 이후 이적 제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외국인 선수 비자 발급 제도를 전면 개편했고, 이에 따라 모든 해외 선수들이 동일한 외국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EU 국적 선수는 잉글랜드 클럽에 자유롭게 입단할 수 있었지만,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비EU 국적 선수들은 복잡한 비자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유럽 선수들까지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서, 일본과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더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특히 FIFA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대륙대회에 꾸준히 출전해온 일본과 한국은 포인트제 기준을 충족하기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요인도 이 같은 추세를 견인한다. 유럽 이적 시장이 과열되며 이적료와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일본과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기술력 대비 비교적 낮은 이적료로 영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일본의 반 다이크’로 불리는 수비수 다카이 코타는 J리그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이적료는 600만 파운드로 10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가디언은 “20세 유망주에게는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며,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실패하더라도 되팔이를 통해 이적료 회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도 일본과 한국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의 변화된 스타일에 잘 맞는다. 호주 대표팀 출신이자 현재는 스카우트로 활동 중인 에디 보스나는 “프리미어리그가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일본 선수들이 더 어울리는 시대가 왔다”며 “그들은 빠르고, 기술이 뛰어나며, 항상 배우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은 클럽 하위 리그인 챔피언십(2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는 일본인 선수가 5명, 챔피언십에는 9명이 등록돼 있는데 영국 이외 국가 중 자메이카, 덴마크, 호주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과 한국이 배출하는 선수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양국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세계 정상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대, 쓰쿠바대 등 대학 축구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장기 육성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역시 K리그 유스 및 특성화고 시스템을 통해 선수의 전술적 이해도와 팀 전술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이튼의 미토마 카오루다. 그는 대학에서 ‘드리블’에 관한 논문을 썼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로, 잉글랜드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일본 선수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가디언은 “과거에는 아시아 선수 영입이 유니폼 판매나 스폰서십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인식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구단들은 선수의 전술적 가치를 평가하고,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아시아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스카우트 올리버 슬레이터는 “이제 우리는 아시아라는 새로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영역에서 놀라운 선수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