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005930)가 독일 시장에서 중국 가전 기업 TCL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소송에서 승리해 중국 기업들의 ‘카피캣’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그간 상당수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디자인 및 제품 컨셉 등을 무단 차용해 왔는데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에 처음 나서 승소한 만큼 의미가 각별하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12면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TCL 독일법인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가처분 소송을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제기했으며 지난달 말 인용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TCL이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첫 공개한 TV ‘NXTFRAME’ 제품이 자사 TV ‘더프레임(The Frame)’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뒤셀도르프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프레임은 TV의 일반적 형상이 아니어서 TV를 직감할 수 있는 묘사적 상표로 보기 어려워 상표의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판결에 따라 TCL독일 법인은 관할 판매 지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시장에서 NXTFRAME의 제품 명을 A300으로 변경하고 온·오프라인 마케팅 채널에서도 기존 상표 명을 삭제한 상태다. 본안 소송 판결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지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하자 조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중국 가전 업계는 삼성·LG 등과 격차를 줄이려 제품 콘셉트과 디자인 등을 무분별하게 베껴왔지만 법률적 대응이 쉽지만은 않아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를 계기로 기업들이 향후 중국 등의 무분별한 카피캣 전략에 보다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교묘한 베끼기에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 당하며 속앓이를 했는데 이번 소송과 판결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