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통상질서칼럼]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 집행력 강화에 대비해야

2025-02-11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0.3%나 감소했다. 19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했고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컸다. 예년보다 긴 설 연휴로 조업일수(20일)가 작년과 같은 기간에 비해 나흘이나 감소한 탓일 수도 있지만 미국발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 큰 악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올해 내내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도 있을 거라는 점이다.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47개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과 각서(Presidential Memorandum)에 서명했다. 78건에 달하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폐지하고, 그동안 공언했던 트럼프 정책을 백악관 복귀 첫날 단행한 것이다. 파리협약 탈퇴, 국경관리 강화, 에너지(환경) 정책 등은 세계 통상 질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들 중에서도 우리나라 무역 통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바로 미국 우선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이다.

AFTP는 행정명령이 아닌 각서, 즉 업무지시 형식으로 발표됐다. 대외원조 재평가 및 조정과 같은 행정명령은 대외원조 정책 자체를 변경하는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반면 각서는 일부 각료 혹은 공직자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할 때 쓰인다. AFTP는 트럼프표 통상정책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는 것이지 새로운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FTP를 통해 상무부 장관, 국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 국보안보부 장관 등에게 불공정·불균형 무역 해소 방안, 대외관세청(ERS) 신설 방안, 무역협정 재검토, 경제안보 정책 평가, 수출통제정책 평가 및 집행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한 보고서를 4월 1일까지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AFTP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의 타깃 국가인 것은 자명하다. 이는 AFTP 자체가 중국과 관련성을 풍기고 있고 AFTP 전체 5개의 조항(section) 중 세 번째 조항의 제목 자체가 '중화인민공화국과의 경제 및 무역 관계'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USTR은 중국과 체결한 경제 및 무역협정을 검토해 중국이 이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 적절한 조치를 모색하는 임무를 맡았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이 우회 수출하는 경우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한 대응 조치를 대통령께 보고해야 한다. 심지어 미국이 중국과 체결한 영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두 번째 조항에서는 불공정 무역 거래를 차단하거나 응징하기 위한 수단 고도화를 주문했고 관세 수입 손실과 위조 제품 수입으로 인한 위험을 이유로 전자상거래 최소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 800달러 축소·폐지 검토를 지시했다.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는 800달러 면세 한도를 활용한 플랫폼을 개발해 단기간 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휩쓸 수 있었다. 최소기준 면제 한도 축소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조항에서는 대중국 경제안보 및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에 대한 평가가 양호함에도 중국의 첨단기술 탈취를 방지할 수 있는 수출통제 집행력 강화를 모색하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말 공개된 중국의 딥시크(DeepSeek)의 개발비용과 투입된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및 수출통제 당국은 딥시크의 기술력에 당혹했을 것이고 대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신흥첨단기술 패권을 노리는 미국은 지금까지보다 수출통제를 더욱 더 강화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수출통제 고도와 및 집행력 강화를 더욱 중시할 것 같다. 미국의 기존 수출통제 집행의 문제점(Loopholes)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면서, 외국의 수출통제 준수를 장려하기 위한 수출통제 집행에 관해 평가하고 집행력 강화를 권고하도록 했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수출통제 협력 방안을 보다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류예리 경상국립대 교수 ryuyeri@g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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