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의 첫 번째 신약 '짐펜트라'(글로벌 제품명 램시마SC)가 2분기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미국 시장 성적표를 내놨다. 하향 조정한 연간 매출 가이던스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공장 인수를 추진하며 시장 공략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는 2분기 매출 23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360억원으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작년 2025년 짐펜트라의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5000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올해 1분기 매출이 130억원에 그치자 지난 5월 이를 3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1분기 실적 발표회 당시 짐펜트라의 부진에 주주 항의가 이어지자 서진석 대표가 직접 나서 "행정적 절차로 인한 지연일 뿐 가이던스 달성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5월 다시 가이던스를 낮추면서 서정진 회장이 온라인 설명회에 직접 등장해 "미국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착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보험사 등재가 완료되면 매출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짐펜트라의 올해 매출이 10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8월14일 기준 관련 리포트를 낸 12개 증권사 중 11곳이 제시한 짐펜트라 연간 매출 추정치 평균은 1477억원이었다. 가장 낮은 추정치는 1190억원, 가장 높은 추정치도 2000억원에 불과했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은 지난달 말 온라인 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의 연간 목표 매출을 기존 5조원에서 4조5000억~4조6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짐펜트라의 더딘 매출 증가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새롭게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고율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 셀트리온에는 악재가 됐다.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드물게 현지 파트너사 없이 미국 법인을 설립해 직접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 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오히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셀트리온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미국 내 대형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자사 생산거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해당 공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라이릴리의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항체 의약품 생산공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릴리 측은 최근 해당 공장에 대해 "한 인수자와 막바지 협상 중이며 올해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협의 중인 기업명을 포함한 세부 내용은 오는 10월 초 본계약 체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 인수 전략에 대해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진출 자체는 의미 있지만 미국은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비가 너무 높아 남는 게 없을 수 있다"며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인력 문제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도 크다"고 우려한다. "차라리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관세를 감수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및 초기 운영비로 약 7000억원을 투자한 후 필요시 증설에도 최대 7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송도 2공장(9만 리터)의 약 1.5배에 달한다. 회사는 연내 계약을 마무리하고 공장 절반은 CMO(위탁생산) 용도로, 나머지 절반은 자사 제품 생산에 활용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 건 관련해서는 추가로 확인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현지 생산은 원활한 의약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CMO 대비 제조 원가 개선 및 물류비 절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짐펜트라는 출시 이후 매월 처방량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중이고 올해를 기점으로 주요 PBM 및 보험사 처방집 등재가 완료된 만큼 앞으로 처방 속도도 한층 더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