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담보자산을 100% 쌓아둬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타버트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나 예금토큰보다 우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CBDC의 취약점과 관련, "미국에서는 정부가 모든 거래를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우려한다"며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는 CBDC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예금토큰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예금은 1대1로 담보되지 않고 대출되기 때문"이라며 "그것을 토큰화 하면 은행 시스템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등 단기 안전자산에만 투자되고 언제든지 1대1 상환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더 낫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타버트 사장은 지난 6월 서클의 뉴욕 증시 상장과 지난달 미국 지니어스 법 발효 이후 한국을 방문한 서클의 첫 고위 임원이다.
서클은 테더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미국 핀테크 회사다.
타버트 사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거쳐 2023년 서클에 합류했다.
그는 3박 4일의 방한 기간에 4대 금융지주·은행, 두나무, 카카오페이 등의 경영진을 두루 만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예방해 당국 입장을 듣기도 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통화 주권 침해 우려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자본유출 증폭 우려에도 "저도 동의한다"며 "한국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처럼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지 결정해야 하고, 어떤 규제를 결정하든 우리는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는 금융·통화당국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타버트 사장은 다만 '혁신'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무법지대(Wild West)를 원하지 않지만,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며 "혁신을 장려하는 동시에 건전한 규제를 통해 소비자 보호, 금융안정 등 규제 당국이 우려하는 사안들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한 기간 누구를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일체 함구하면서도 "여러 기관을 잠재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힌 시점과도 맞물렸다"며 "여러 파트너와 교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디지털자산기본법 같은 법안을 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 관계자들과도 반드시 만나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타버트 사장은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기회다. 세계적 경제 강국 중 하나이고, 디지털 자산 부문과 웹3 개발자 커뮤니티가 번창하고 있다"며 "한국의 혁신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자산을 이해하고 가치를 두면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민도 많다"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 방한 기간 국내 기관이나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로 시장을 살펴보는 목적"이라며 "과거부터 여러 한국 기관과 접촉해왔고, 이번에는 기존 관계를 강화하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을 아꼈다.
타버트 사장은 서클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서클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널리 쓰이는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며 "다른 기업이 발행한 코인을 저희 네트워크에 포함해 상호 운용성과 교환성을 갖게 하는 데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도 널리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는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반응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디지털 자산을 사고팔거나 해외 송금을 할 때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원할 수도 있다"며 "제대로 규제된다면 시도해볼 이유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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