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스테이블코인 범죄, 비트코인 추월…자본 유출 지름길”

2025-08-21

“달러가 아닌 원화 등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자본 유출의 통로를 터주고, 기존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 참석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정책국장의 얘기다.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공세에 맞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통화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국내 정치권의 주장과 상반된 목소리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미국 국채 등 특정 자산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신 국장이 원화 등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절대적 지위 때문이다. BIS에 따르면 테더(USDT)와 써클(USDC) 등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시가총액)은 98.9%에 이른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액은 연간 1조6000억 달러(약 2237조원)로 추정했다. 신 국장이 각국에서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이유다. 그는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표시 암호화폐와 맞교환함으로써 자본 유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범죄에 상당 부분 악용되는 현실도 우려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금융 범죄와 자본유출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다”며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범죄 행위는 2022년 비트코인을 추월했고, 현재 코인을 활용한 범죄 행위의 63%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이날 스테이블코인 거래 이력에 ‘꼬리표’가 붙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과한 지갑의 이력을 추적해 ‘합법적 사용됐는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꼬리표가 생기면) 과거 불법 거래 기록이 있는 지갑에서 나온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코인보다 헐값에 거래될 것”이라며 “사용자들도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불법거래에 관한 ‘주의의 의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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