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건축물 공유숙박 규제는 풀었는데…'안전성' 판단 기준없어 현장은 '혼란'

2025-12-01

정부가 30년 지난 노후 주택도 안전성을 갖추면 외국인 대상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최근 지침을 개정했지만 정작 안전성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신규 허가를 받기 어려워 일부 운영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정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외도민업) 업무처리 지침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

지침 개정으로 준공 30년이 지난 주택도 안전성을 갖추면 외도민업 등록은 가능하게 됐다. 지자체 담당자는 건축법과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건축물의 실질적 안전성 확보 여부를 고려한 후 허가를 내준다.

문제는 주택 안전도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판단할지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지자체별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KGA)는 대한건축사협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와 합께 건축물관리법상 '소규모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기준'을 적용해 안전점검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문체부의 통일된 가이드라인 부재를 이유로 더욱 강화된 자체 규정을 고수하며 허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동대문구의 경우 '정기안전점검' 요구가 핵심 문제로 꼽힌다. 건축물관리법상 대형 건축물에 적용되는 '정기안전점검' 또는 '구조안전확인서'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서울시 안전센터가 이미 소규모 건축물 안전점검 기준을 마련해 각 구청에 공유한 상황에서도 일부 구의 이 같은 요구는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포구·용산구에서는 '건축물 현황도'를 제출해야 한다. 30년 이상 된 주택의 상당수는 현황도가 없다. 건물의 한층 전체를 새로 실측해 현황도를 만들려면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소요된다. 해당층 전체 세입자의 실내 실측 동의 역시 필요해 운영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운영자들은 설명했다.

정대준 KGA 사무국장은 “올해 8월 공유숙박 운영자 및 예비 창업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영업 신고 과정에서 지자체별 상이한 기준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며 “서울시건축사회와 안전점검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으나 지자체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체부는 주택 형태와 현장 조건이 구마다 크게 달라 일률적 기준을 내려보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안전 판단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결정하도록 두고 있다”며 “다만 협회·건축사회와 마련한 기준이 현장에서 수용 가능하다면 서울시 등과 논의해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그사이 제도 개정의 실제 효과는 사실상 멈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관계자는 “건축물관리법에 의한 소규모 노후 건축물 안전점검 기준을 준용하지 않고 지자체마다 다르게 판단하면 외도민업 활성화는 요원하다”며 “결국 외도민업 등록 편의를 높여 외래 관광객 수용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흐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문체부가 조속히 구체적인 안전성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필요한 조치로는 안전성 판단 항목 명확화, 지자체 공통으로 사용할 통일된 양식 마련 등을 제시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개정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일선 행정기관에서 일관된 기준을 통해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안내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제도 개선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혼선 없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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