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를 넘어 예술’을 완성한 세계신기록 제조기 듀플란티스

2025-09-15

“그는 브로드웨이에 서야 한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육상 코치 토드 레인의 말이다. 아먼드 듀플란티스(25·스웨덴)의 도약은 단순한 경기 장면을 넘어 예술의 무대에 가까운 공연이라는 찬사다. 영국 전직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선수 케이트 루니는 16일 BBC를 통해 “그의 동작은 그 자체로 시의 운율과 같다”고 평가했다. 여동생 요한나는 “마음에 두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해낸다”며 강철 같은 정신력을 강조했다. 영국 선수 몰리 코더리의 코치 스콧 심프슨은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역사는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와 르노 라빌레니(프랑스)라는 두 전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부브카는 1984년부터 무려 17차례 세계기록을 바꿔놓았고, 라빌레니가 2014년 6m16을 넘으며 자신의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2020년 스무 살짜리 청년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듀플란티스는 같은 해 2월 라빌레니의 기록을 6m17로 경신하더니, 불과 며칠 만에 6m18로 다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5년간 그는 평균적으로 매년 세 차례씩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5일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m30을 넘으며 개인 통산 14번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올해 그와 경쟁한 은메달리스트는 지난해 8월 6m08을 넘은 에마누일 카라리스(그리스)뿐이었다.

듀플란티스가 특별한 이유는 일찍부터 다져온 기반에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가정집 뒷마당에는 장대높이뛰기 피트가 있었다. 아버지 그레그 듀플란티스는 미국 출신 전직 장대높이뛰기 선수였고, 어머니 헬레나는 스웨덴 출신 육상 7종경기·배구 선수였다. 세 남매와 여동생 요한나는 방과 후마다 장대를 잡았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삶의 일부였던 셈이다. 7세 때 2m33을 넘은 것을 시작으로 12세 때 3m97, 17세 때는 이미 5m90을 돌파했다. 18세에는 6m05를 넘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듀플란티스의 강점은 속도와 완벽에 가까운 기술이다. 그는 도약 구간에서 시속 10.3m를 기록하는데, 이는 다른 세계 정상급 선수들보다 0.5~0.8m/초 빠른 수치다. 기술도 엄청 정교하다. 5m 이상 장대를 이상적인 각도로 떨어뜨려 속도를 유지하고, 발을 바짝 붙인 상태에서 이른 ‘언더 테이크오프’를 통해 추가 에너지를 장대에 전달한다. 언더 테이크오프란 장대높이뛰기에서 마지막 발이 손보다 앞쪽, 즉 바 쪽으로 20~30㎝ 가깝게 들어오는 이륙 방식으로, 달리는 속도 에너지를 장대에 깊게 전달해 더 큰 탄성을 얻는 고난도 기술이다. 이어 공중에선 완벽한 회전과 압축 동작으로 에너지를 극대화하며, 결국 다른 이들이 닿지 못한 높이를 돌파한다.

듀플란티스는 기록 제조기를 넘어 엄청난 ‘퍼포머’다.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6m30을 넘은 뒤 그는 곧장 관중석으로 뛰어가 약혼자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부모와 가족을 껴안으며 관중과 함께 ‘완벽한 하루’를 만들었다. 그는 SNS 팔로워만 200만 명에 이르며, 음악 활동까지 병행한다. 2025년 발표한 데뷔 싱글은 스포티파이에서 200만 회 이상 스트리밍됐다. 영국의 한 코치는 “그의 무대는 웸블리 스타디움 롤링스톤즈 공연과 다름없다”며 극찬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6m40~6m50으로 본다. 과거에 “6m40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이들조차 듀플란티스를 보고 입장을 바꾼다. 듀플란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6m40은 충분히 가능하다.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BBC는 “부브카가 장대높이뛰기의신화를 썼다면, 듀플란티스는 그 신화를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며 “그는 단순히 기록을 경신하는 선수가 아니라, 종목 자체를 글로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린 상징”이라고 전했다.

‘세계신기록 제조기’, ‘스파이더맨’, ‘브로드웨이에 설 선수’ 등 듀플란티스를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육상 역사에서 이토록 위대한 선수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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