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의존 줄여 무역 위험 낮출 수 있어?

2025-04-1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탈탄소화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60년까지 화석연료에서 청정 에너지 기술로의 전환이 대부분 국가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무역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탈탄소화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구리, 희토류 등의 중요 광물이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화석연료와는 달리 이러한 자원은 주로 글로벌 남반구 국가에 집중돼 있으며, 이는 국제 에너지 무역과 지정학적 판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데이비스 미국 스탠포드대 지구 시스템 과학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협에만 주목하지만, 실제로는 보안 측면에서 커다란 이점이 있다”며 “신소재 의존도가 높아지더라도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승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주요 광물 매장량은 적은 국가도,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육성할 경우 에너지 안보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현재 미국은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수백만 배럴을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수입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전기차 확대 등으로 외국 석유 의존이 줄어드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석유 중심의 수출국은 탈탄소화 이후 에너지 안보가 약화될 수 있는 국가로 꼽혔다.

연구진은 무역 위험을 정량화하기 위해 ‘무역 위험 지수(Trade Risk Index)’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를 통해 236개국의 에너지 수요와 자원 무역 흐름을 분석한 결과, 2060년까지 탈탄소화를 추진할 경우 평균 19%의 무역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무역 네트워크를 다변화할 경우, 위험은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광물 재활용률을 높이거나 기술 사용 수명을 연장하는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도 효과적인 대안으로 지목됐다. 연구에 따르면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의 재활용률이 4배로 증가할 경우, 무역 위험이 평균 17%, 미국의 경우 5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믹스를 조정해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Net-Zero)에 도달하면 무역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은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83%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청정 에너지 기술 측면에서는 태양광보다 풍력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에너지 안보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태양광 제조 기술이 발전하거나 실리콘과 망간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의 무역이 활발해지면, 태양광도 높은 안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교수는 “에너지 자원의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화석연료의 혼합 사용은 오히려 에너지 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며 “무역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화석연료 의존을 과감히 줄이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탄소 순배출 제로 시나리오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클수록 전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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